등록날짜 [ 2014-08-12 13:44:53 ]
유치원과 군대는 정리 정돈의 기초를 튼튼히 배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리 정돈의 기초를 다져 몸에 익히고, 정리 정돈하는 과정에서 질서 있는 생활 습관이 생긴다.
유치원에서 다져진 정리 정돈 습관은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존중과 배려로 나타난다. 어린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 다음 장난감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사용한 물건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자기가 쓴 물건을 원래 자리에 돌려놔야 다른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배려를 자연스레 배운다.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주변이 깨끗해져 느끼는 행복 역시 아이의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군대에서 요구하는 규칙적인 습관과 정리 정돈은 한 나라의 전투력 상승과 직결되는 문제다. 군 복무 중, 항상 휴대해야 하는 복무수첩에는 전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취해야 하는 행동이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실제 전투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리 정돈이었다. 전시를 알리는 비상 사이렌이 울리면 적의 공습에 대비해 전투복장과 군장 그리고 전투배낭을 3분 이내에 챙겨야 했다. 막사 내 군사 기밀 품목을 불태우고 탄약과 방호물품을 챙겨 안전 장소로 재빠르게 이동하는 훈련을 시도 때도 없이 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임무를 수행하려면 필수 물품이 어느 곳에 있는지 반드시 숙지해야만 했다. 군인은 전시 상황을 항상 준비해야 하므로, 불필요한 물건은 수시로 정리하여 최소화했고, 전투화 위치는 침상 머리맡에 항상 두어 어두운 밤에 전쟁이 나도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했다.
정리 정돈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정리’란 불필요한 것을 선별해서 유용한 것을 가지런히 하는 것을 말하며, ‘정돈’은 한 군데에 정연하게 두는 것을 말한다.
주일마다 주일학교 예배 시작 전, 아이들 신발 정리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관찰한다.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무려 7개월 동안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신발을 벗은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아 속이 상한다.
너저분하게 늘어진 신발을 신발장에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을 눈에 띄게 보여 줘도 도통 나아지지 않는다. 혹자는 그런 나를 보며 성격이 매우 꼼꼼하다, 숨 막힐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왜 어렸을 때부터 정리 정돈하는 법을 배웠을까 되묻고 싶다.
자기 신발을 신발장에 넣는 일은, 유치원 문을 들어설 때 제일 처음 배우는 정리 정돈인데 왜 우리는 그 기본조차 지키지 않을까. 자각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기 시각에 파묻혀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행태가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비단 신발 정리뿐만 아니라 주일이면 교회 안 모임장소 곳곳에서 뒤처리는 남에게 맡기는 이기적 행동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우리가 과연 예수께서 가르쳐 준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까? 보기 좋게 배열하는 정리 정돈의 정의를 뛰어넘어 그 속에 담긴 남을 배려하는 삶의 모습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더불어 주님의 강한 용사로 살아가려면 내 생각 속에 상주하는 가난 문제, 인간관계의 고통, 육체적 온갖 질병과 저주를 예수 이름으로 단번에 정리 정돈하여 오직 천국만을 향하는 행복한 영혼의 때를 누려야 할 것이다.
/ 김규식
요셉부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39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