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불효(不孝) 시스템’ 넘어서기

등록날짜 [ 2014-09-16 16:02:49 ]

현대사회가 봉건사회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기본적 인권의 하나인 ‘자기 삶에 대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 즉 ‘자기결정권’이 보편화했다는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요소들과 오랜 시간 투쟁한 결과로 탄생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던 장애물 상당수가 철폐되었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신분에 따라 주어지던 여러 가지 부당한 제약이 사라졌습니다. 그 대신 사람들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권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성경의 관점에서 볼 때 자기결정권은 부정적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가족관계를 자기결정권의 관점에서 이해한 일도 그중 하나입니다. 전통적으로 가족관계는 ‘계산’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기결정권 관념이 일반화하자, 자신이 결정한 삶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써 가족관계를 가늠하는 태도가 확산했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이 결정한 인생 실현에 걸림돌이 된다면 혈육도 인생의 ‘방해자’로 여기는 냉혹한 관념이 일반화한 것입니다.
 

인권이 일찌감치 보장된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우리보다 먼저 나타났습니다. 1957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자녀 출생의 의미를 묻는 말에 ‘잃어버린 자유’ ‘다른 누군가를 신경 써야 할 필요성’이라고 답할 정도로 자녀를 제약이라고 표현한 사람이 성인 30% 정도였고, 1976년에는 그 비율이 45%까지 증가했습니다.

자기결정 관념이 확산하면서 자녀를 자기 삶을 옭아매는 제약요소나 문젯거리로 여기는 사람이 늘어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조사해 본다면 아마 유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나아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마저 자기 삶에 짐으로 느낄 정도라면 연로한 부모를 부담으로 여길 가능성은 더더욱 큽니다. 자식을 기르려고 모든 것을 쏟아붓고 노년에 접어든 부모님이 장성한 자식의 자유로운 자아실현에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기결정권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현대사회는 부모를 부담으로 여기는 시각을 당연시하고 결국에는 불효 혹은 ‘억지로 하는 효도’를 조장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즉 현대사회의 ‘오작동’ 아닌 ‘정상작동’이 불효를 촉진하며, 거꾸로 불효는 이 사회의 ‘질환’이 아니라 ‘정상’으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러한 세태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성경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명하거니와, 억지로 하는 겉모양의 공경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공경을 요구합니다. 공경하는 흉내만 내려 하지 말고, 부모님을 부담으로 여기는 마음의 설계도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그리라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효도하려면 그동안 인간 해방과 행복의 열쇠로만 여긴 자기결정권의 일부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자기결정권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부모님이 내 인생을 방해한다는 불평은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모 공경의 출발점은 성경의 범위 안에서 부모 공경에 쓰일 내 삶의 몫이 본래부터 내 것이 아니라고 기꺼이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기결정권을 내려놓을 때 부모 공경이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수입의 십일조가 본래 내 것이 아니라고 인정할 때 하나님께 기쁘게 드릴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이계룡 성도
  3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0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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