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9-30 00:10:53 ]
어릴 적 시골 학교에 교실마다 놓여 있던 풍금. ‘즐거운 생활’ 시간이면 삐걱대는 풍금 소리가 교실을 넘어 운동장까지 울려 퍼졌고, 아이들은 그 소리에 맞추어 ‘학교종’이며 ‘태극기’를 목청껏 부르곤 했었다.
가끔은 풍금을 치던 선생님께서 박자를 놓치기도 하셨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거나 비웃지 않았다. 풍금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생님은 무척이나 큰 분이요, 존경의 대상이었다.
또 으레 풍금을 선생님만의 전유물로 여겨, 혹여 쉬는 시간에라도 풍금에 함부로 손을 대는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음악 분야는 시골 사람들에게 특별하고도 귀한 그 무엇이었다.
그렇게 촌스러운 아이가 서울로 전학을 왔다. 교회에 나가 난생처음 피아노 선율을 접했을 때는 마치 이 세상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듯했다. 피아노를 치는 반주자 언니의 손은 멀리서 보아도 이미 천사의 손이었다.
피아노 소리에 매료되어 있던 어느 날, 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친구한테 듣고 알게 되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인 줄 뻔히 알면서도 피아노 학원에 보내 달라고,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떼를 썼었다.
물론 허락을 받지는 못했다. 대신 음악학원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 가끔 음악학원에 가서 레슨 받는 친구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었다.
그 시절 시골은 철저하게 문화 소외 지역이었다. 능숙한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아이가 직접 악기를 만지고 연주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시절이 그리 오래전인 것 같지 않은데…. 지금은 대부분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면 피아노를 배울 수 있고, 때로는 원하지 않아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악기도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방과후학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싼 수업료로 배울 수도 있다. 배울 기회가 다양하고 많은 요즘 아이들이 무척 부럽다.
딸도 이미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데, 한참 전부터 바이올린도 배우게 해 달라고 말했었다. 잠시 그러다 말겠지 싶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었다. 마침 연세오케스트라 단원 모집 소식을 듣고 좋은 기회라 여겨 신청하였다. 이왕 딸아이를 데려다주러 오가야 하기에 그 시간에 새로운 악기를 함께 배워 보자 싶어 나도 입단 신청서를 냈다.
배우고 싶었지만 각자 삶에서 기회가 닿지 않았던 성인들이 많은 듯했다. 물론 아이들보다 음악이론이나 연주를 배우는 데 있어 진도가 느리고 어려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간절해지는 열정, 하나님을 향해 악기 선율로 찬양을 올려 드리고픈 뜨거운 중심이 있는 한 아이들 못지않은 연주자로 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새로운 악기를 배워 연주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취미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나 못다 이룬 꿈을 이루는 기회가 아니다. 악기 선율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는 일에 더불어 삶을 더 은혜롭고 아름답게 하는 하나님의 선물인 듯싶다.
가을, 새로운 악기 연주에 도전하기 좋은 계절이다. 2000명이 함께 새 악기로 연주할 그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김영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0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