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2-02 23:05:55 ]
겨울방학 동안, 엄마로서 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일상에 젖어 가던 즈음, 딸아이의 주일학교 담임교사에게서 사진이 첨부된 문자를 받았다. 사진은 딸아이가 작성한 ‘2015년 겨울성경학교 신앙결심서’를 찍은 것이었다. 궁금한 마음에 읽어 보며 감동했지만 어느 구절에서 웃음이 ‘피식’ 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졌다. 그 구절은 ‘사춘기 하지 않는다’였다.
이제 갓 열 살을 넘어 4학년이 되는 딸이 ‘사춘기 하지 않는다’라고 쓴, 아이다운 표현이 귀엽기도 하면서, 요즘에는 4학년이면 사춘기가 온다고들 하니 영 틀린 말이 아니다 싶기도 했다.
‘사춘기’는 인간 발달 단계의 한 시기로, 정신적으로는 자아의식이 높아지면서 심신 양면으로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기를 이른다. 개인차는 있으나 대개 12세에서 16세가량을 말하며 청년기의 앞 시기에 해당한다.
나도 예수 믿기 전에는 사춘기가 국어사전의 풀이처럼 ‘누구나 거치는 통과의례’로 생각했다. 하지만 담임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고 나서 사춘기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렸다. 한창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며 하나님께 영광 돌릴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악한 영의 마귀역사일 뿐이라고.
10년 전, 처음으로 6학년 학생들을 담임했을 때가 떠오른다. 신규교사 티를 막 벗은 초보교사였고, 결혼한 지도 몇 개월 되지 않았을 때다. 나와는 10년밖에 나이 차가 나지 않는, 어른만 한 몸집의 13세 6학년 아이들. 그 아이들은 이유 없는 반항을 하려고,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괴롭히려고 학교에 오는 듯했다.
일과를 마치고 종례할 때 공부 열심히 하고, 숙제와 준비물 잘 챙겨 오라고 얘기하면, 소리는 내지 않지만 입모양으로 ‘빨리 좀 끝내지, ××’ 반말과 욕을 섞어 말하는 아이, 약해 보이는 친구 한 명을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아이, 선생님 앞에서는 모범생인 척하다가 컴퓨터 채팅에서는 선생님 욕하는 아이…. 그런 아이들과 1년을 지내며 울기도 많이 하고, 아이들을 모아놓고 하소연도 많이 해 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반 아이들에게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악한 역사의 실체를 전혀 모르는 터라 불신자 초보교사 혼자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10년 전 아이들의 반항은 오히려 순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더욱 악랄해진 악한 역사에 당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터넷을 비롯한 대중매체의 발달로 폭력, 게임, 성적인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과 이를 바라보는 부모들 모두 고통을 당하고 있다. 지금 6학년쯤 되는 아이들은 게임 중독, 성인물 중독, 인터넷 중독, 대중매체 중독(드라마, 연예인) 등으로 10년 전 아이들보다 더 악한 행태를 드러내며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마귀역사에 당하고 있다.
겨울성경학교 때 담임목사님께서 가상공간에 관해 말씀하셨다. 아이들이 가상공간에 자기 자신을 넣고 살며, 그 가상공간의 온갖 나쁜 행동을 실제 공간에서도 행한다고. 담임목사님의 설교는 정말 요즘 세태를 여실히 지적하신 말씀이다.
부모들은 다들 내 자녀는 가상공간의 행동을 실제화해 성적으로 타락하고 폭력적인 아이들과는 무관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막연한 믿음일 뿐이라는 사실이 각종 청소년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다.
내 자녀에 대한 이 막연한 믿음을 실제로 눈물 흘려 믿음으로 기도하여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내 자녀에게 역사하는 마귀역사를 예수의 이름으로 몰아내야겠다고 굳게 작정해 본다.
김지은 집사
(70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2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