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4-21 15:44:06 ]
한 달여 전, 평일 낮에 여전도회 기도 모임을 마치고 식사할 때였다. 기도할 때는 엄마 품에 안겨 푹 자던 한 회원의 아기가 밥 먹을 때가 되자 깨서는 엄마를 힘들게 했다.
주변에서 “얘야, 엄마 밥 먹는데 조금 더 잘까?”라며 아이가 더 자게 다독이자 아기 엄마는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두 시간 넘게 푹 자서 일어날 때 됐어요. 50일 작정 기도회 동안 오전 기도 모임에 참석하려고 얼마 전부터 새벽에 아이랑 놀아 줘요. 오전 기도 모임 시간에 자게 하려고 자는 시간을 조정하고 있어요.”
막 걷기 시작한, 호기심 많은 아기를 안고 기도해야 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생각해 봄직한 고민이다. 아기 엄마는 한 달 전부터, 아니 더 전부터 기도하고 싶고, 응답받고 싶은 몸부림으로 이렇게 준비하고 있었다.
작정 기도회를 2주 앞둔 무렵, 주일 낮 여전도회 모임에서 50일 작정 기도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얘기를 나누었다. 한 자매가 조심스레 수첩을 꺼내 들고 말했다.
“몇 달 전부터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내 자신과 가정에 꼭 필요한 말씀들을 메모하기 시작했어요. 남편에게도 기도 제목 수첩을 똑같이 만들어 주었고요.”
아내가 만들어 준, 가족만 아는 내용이 깨알 같은 글씨로 담긴 기도 수첩을 말이다. ‘남편들은 업무로 말미암아 기도회 시작 시간까지 못 올 때도 있는데 기도 수첩을 보며 기도하면서 퇴근할 수도 있고 회사에서 짬짬이 읽으며 작정기도에 마음을 쏟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회원은 “이번 작정 기도회는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교회에 와서 기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성전에 일찍 가서 성경을 읽고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고 싶다고 했다. 자녀가 넷인 이 회원은 세 아이를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막내를 둘러업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서둘러야 겨우 오전 작정 기도회 시간에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마다 말씀 읽고 기도로 준비하고 기도하여 응답받고 싶다는 거룩한 욕심에 도전이 되었다.
때로는 6년째 하는 작정 기도회가 첫해 때와 같지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번 작정 기도회에서 꼭 첫사랑을 회복하고 기도 시간마다 승리해서 뜨겁게 주님 만나기를 소망한다는 기도 제목을 낸 자매도 있었다.
아이가 한 살 한 살 자랄 때 몸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지혜가 같이 자라듯, 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작정 기도회에 사모함이 더 컸으면 한다.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가, 그리고 여섯 번째가 사모함이 덜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 더 애통하는, 더 회개하는, 더 깊이 있는, 죄와 싸워 이길 힘을 얻는, 주님의 요구와 딱 떨어지는 기도를 하고 싶다.
기도회 동안 ‘이제 며칠 남았구나’ 하고 마냥 기다리며 하는 기도가 아닌, ‘나에게 오늘이 마지막이다’는 생각으로 내일이 없기에 목숨 걸고 기도하여 죄를 회개하고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고 축복하고 예수 믿지 않는 가족, 친척, 이웃을 위해 눈물 흘려 기도하는 작정 기도회가 되었으면 한다.
담임목사님처럼, ‘오늘은 주님이 내게 주신 사명 감당하는 날입니다’라는 믿음 갖고 그렇게 사는, 나로 만들어지는 40일 그리고 10일 작정 기도회가 되기를 바란다.
서지연 집사
(79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3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