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모두가 누리는 봄을 위하여

등록날짜 [ 2015-04-29 02:21:29 ]

매화, 벚꽃, 진달래, 개나리, 목련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전국에서 봄꽃 잔치가 열립니다. 봄은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기에 마음이 설레고 용수철처럼 톡톡 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 문득 마태복음 20장 포도밭의 비유가 생각납니다. 새봄이 와서 포도밭을 가꾸려면 일꾼이 있어야 합니다. 포도밭 주인은 아침 일찍 장터에 나가 일꾼들에게 하루 품삯을 주기로 약속하고 일을 시켰습니다.

 

점심 때가 되었지만 장터에는 여전히 일거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일을 맡겼습니다. 해가 저물녘에도 장터에는 일거리를 찾는 일꾼이 있어 그들에게도 포도밭 일을 하게 했습니다. 날이 저물어 품삯을 줄 때, 주인은 아침에 왔건 저물녘에 왔건 모두 하루 일당인 한 데나리온씩을 주었습니다. 일찍 온 사람은 더 받을 줄 알았다가 나중에 온 사람과 똑같이 받자 불평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포도원 주인의 처사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해가 저물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하니, 주인의 처사에 절로 감사가 나왔습니다. 누구에게나 하루 먹을 양식은 있어야 합니다.

 

주인은 일꾼들에게 하루 일한 품삯을 주기로 약속했기에 일찍 온 사람이나 늦게 온 사람이나 똑같은 품삯으로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일찍 온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내게 일거리를 주셔서 감사하다. 늦게 온 이들도 나처럼 하루 먹을 양식이 생겨서 좋다’고 생각했다면 불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봄이 왔지만 일거리가 없는 이에게는 아직 추위가 느껴질 터입니다. 꽃을 보아도 기쁨이 없습니다. 가족을 보기도 겸연쩍습니다. 그들과 봄을 함께 나누려면 우리가 가진 소유를 나눌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경제구조에서 일거리가 없는 이들이 생기는 이유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컴퓨터나 자동화된 기술로 인력시장이 작아진 탓이 큽니다.

 

포도밭에 나온 일꾼들도 여러 군데서 일거리를 찾다가 시간만 보낸 사람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저녁이 다 되도록 일거리를 찾지 못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다급할지 짐작이 갑니다. 제가 그런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해 보니 늦게나마 일거리를 찾았을 때 생기는 기쁨이 얼마나 클지 전해집니다.

 

천국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신앙생활 한 사람도 있고, 젊어서, 나이 들어서, 여러 환경에서 각기 다양하게 신앙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찍 온 이든 나중에 온 이든 천국으로 가는 길은 같습니다.

 

이때에도 부족한 내 모습으로는 천국에 갈 수 없는데 주님이 나를 사랑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 앞에 죄 사함받아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주신 것에 감사가 절로 나옵니다. 늦은 오후 시간일지라도 나를 버리지 않고 불러서 내게 하루 먹을 양식을 준 주인에게 감사합니다. 내 힘으로는 일거리를 얻을 수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뽑아 주지 않았는데, 내 모습으로는 주님 앞에 나아갈 수 없는데, 내 사정 아시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내 죄를 담당하고 죽게 하셔서 구원해 주신 주님 앞에 감사뿐입니다.

 

우리 앞에 백화 만발한 봄이 왔듯이 우리에게 모두 천국이라는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내 영혼의 봄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함께 천국 가도록 주님 앞으로 나아갑시다. 봄꽃 같은 천국이 우리에게 지금 오고 있습니다.

오태영 안수집사
 

위 글은 교회신문 <43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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