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5-20 11:58:50 ]
왕정시대 왕들은 자신보다 하나님을 더 큰 왕으로 여기는 기독교인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수없이 핍박하고 순교의 피를 무참히 흘리게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왕이 사라진 현대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왕’이라는 호칭이 사라졌으니, 실제로도 왕과 그에 의한 핍박 또한 사라졌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왕은 평범한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입니다.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 상당한 권세를 행사하고는 있지만, 이들도 드러내 놓고 개개인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합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국민에게 특정 색의 옷만 입으라고 명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개인은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을 정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권리는 ‘기본권’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위세는 대단합니다. 개인은 적어도 ‘자기 자신’이라는 왕국의 ‘왕’입니다.
개인의 왕권, 즉 주권은 시민혁명으로 그 정당성을 보장받은 근대적 인간관에 뿌리를 둡니다. 근대적 인간관이란, ‘모든 개인은 자기 자신의 주인’이라는 관념입니다. 이는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므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을 어떻게 해도 좋다는 생각으로까지 나아갑니다. 시민혁명 무렵에 잉태된 이 관념의 씨앗은 지금까지 인류의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왔습니다. 개인의 왕권 실현에 방해되는 장애물들을 제거해 온 것입니다. 처음에는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실제 왕부터 처단하고, ‘민(民-개인)’이 ‘주(主-왕)’가 되는 민주 공화정을 도입했습니다.
근대적 인간관은 이제 사적인 영역에까지 침투해 개인의 자유로운 왕권 실현을 억제하는 제도와 관습을 더욱 세밀하게 없애고 있습니다. 간통죄 폐지, 성매매방지특별법(금지법) 위헌 심판 청구,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그러한 움직임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의 명령과 질서에서 이탈해 있다는 점입니다. 성경의 관점에서 볼 때 타락이요, 기독교를 향한 핍박입니다. 이 시대가 하나님이 아닌 개개인을 왕의 자리에 올려놓은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시대의 타락은 개인을 왕으로 숭배하는 근대라는 시대의 독특한 인간관과 사회 운영원리에 바탕을 두고 나타나게 된 일입니다. 구조적이고 체제적인 사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더 큰 문제가 있던 왕조 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이 오늘날 각자에게 주어진 왕권을 하나님께 도전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 시대 타락의 씨앗이 놓여 있습니다. 이 씨앗은 더욱 장성해 미래에는 인간이 재주껏 상상해 낸 기상천외한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자신의 주인 된 권리를 바탕으로 더욱 드세게 주장할 것입니다. 예컨대 미래에는 동물과 혼인하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자신이 키우던 동물에게 드레스를 입히고 진지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사람들의 사진이 떠돌아다닙니다. 이 타락을 막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두말할 나위 없이 뻔합니다. 왕이신 하나님의 법과 질서에서 이탈한 공동체의 말로는 이미 성경에 숱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자녀와 후손들이 망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우리가 이 나라와 한국교회를 위해 더욱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계룡집사
(36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3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