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부모의 거울은 자식이다

등록날짜 [ 2015-06-23 18:40:30 ]

부산이 고향이라 그런지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이 몸에 배어 있다. 더군다나 교사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자녀도 딱딱하게 대하게 된다. 큰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호되게 혼내곤 했다. 그러다 큰 아이가 엄마가 야단치듯이 동생을 혼내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녀를 키우는 엄마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터.

 

몇 년 전, 초등학교 1학년을 담임했을 때의 일이다. 1학년 학생들은 돌발 행동을 자주 하는 편이라 쉬는 시간에도 눈을 떼지 않고 아이들을 잘 관찰해야 한다. 그러던 중, 지호(가명)가 평소 모습과는 다른 말과 행동을 했다. 친구와 놀다가 의견 차이가 나면 “에잇, 짜증 나!” “네가 뭔데!”라는 식으로 1학년답지 않은 거친 말을 내뱉었고 눈빛과 행동도 사나웠다. 지호와 놀던 상대 아이는 상처 받고 울먹거리며 담임교사인 내게 여러 차례 하소연했다.

 

마침 지호의 어머니가 상담 차 학교를 방문해 어머니께 지호의 상황을 말씀드렸다. 지호의 어머니는 최근 들어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자주 싸우고, 남편이 아이 듣는 데서 욕설을 많이 쓴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지호는 부모가 다투는 모습을 보며 불안한 마음을 자기도 모르게 거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의 학교생활뿐 아니라 자녀의 ‘책 읽기’에 관해서도 고민을 털어놓고 어려워한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고민 중 하나는 ‘독서 교육’이다. 그럴 때면 판에 박힌 말이지만 “부모님께서 바쁘시고 힘드시더라도 꼭 책 읽는 모범을 보이셔야 해요”라고 말씀드린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실제 행동하기가 무척 어려운 방법일 것이다. 책을 읽지 않으려는 아이 뒤에는 책 읽기보다는 TV 드라마를 즐기는 엄마와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아빠가 있을지도 모른다. 교육 현장에서 여러 아이를 대하다 보면 ‘부모의 거울은 아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3년 전 여전도회에 처음 소속됐을 때, “자녀를 하나님 말씀으로 키우고 싶다”며 기관 자매들과 『성경 먹이는 엄마』라는 책을 돌려 보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도 하나님 말씀으로 양육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떻게 키우는 방법인지 알고 싶어 책을 열심히 읽었다.

 

‘성경을 먹인다’는 뜻은 우리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살 듯이 우리의 영도 하나님 말씀을 먹고 살고 자란다는 뜻이다. 그래서 부모가 성경을 열심히 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본보이고, 아이들도 성경을 열심히 읽게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마음만 있을 뿐 내 삶에서 지지부진하고, 아이에게도 실제로 적용해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가 버렸다.

 

요즘에도 직장 일에는 많은 시간을 쏟고 사력을 다하면서 ‘시간 없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성경을 한 장도 읽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러면 내 자녀도 성경 읽기를 미루려 하고 읽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럴 때면 엄마인 나는 성경 한 장 읽지 않는 게으른 모습은 철저히 숨긴 채 아이를 훈계한다. 아이의 주일학교 성경 읽기 표를 보면서 눈을 치켜뜨고 지적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부끄러운 엄마의 모습이다.

 

내 영은 주님의 말씀을 먹지 못해서 말라 죽어 가는데도 몸에 좋다는 약과 웰빙 음식을 꼭꼭 챙겨 먹으려는 모습을 반성하며 오늘부터라도 영의 양식인 하나님의 말씀을 꼬박꼬박 챙겨 먹으리라 다짐해 본다. 그러면 어느새 내 자녀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먹고 쑥쑥 자라 있으리라.


김지은 집사

(70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3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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