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무심코 쓰는 은어나 비속어의 폐해

등록날짜 [ 2015-07-14 22:41:39 ]

매년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은어나 비속어가 있다. 그 말들을 재미 삼아 쓰다가 나중에는 말버릇처럼 감탄사나 접속사로 쓰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요즘 아이들은 기쁘거나 슬플 때, 자신의 격한 감정을 표현할 때 ‘개’ 자를 붙인다. ‘개좋아’ ‘개짜증’ ‘개싫어’ ‘개피곤해’ ….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개(dog-)’ 자는 욕설에 사용하는 속된 낱말이다.

 

초등학생들이 이 ‘개’ 자를 아무렇지 않게 붙여 말하고 심지어 선생님께 잘 모르는 문제를 들고 나와서도 “개어려워요”라고 말한다. ‘개’를 붙이는 것이 얼마나 저속한 표현인지 설명하고 주의를 시켜도 그때뿐이지 돌아서면 자기들끼리 ‘개’ 자 언어로 시시덕거린다.

 

이와 함께 요즘 아이들 사이에 ‘쪽팔려 게임’이 유행이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아이가 술래가 되는데, 진 아이는 친구들이 시키는 일은 다 해야 한다. 자기들끼리 ‘미션’이라고 부르는 일 대부분은 친구가 지목하는 이성을 껴안거나 뽀뽀하기, 고백하기가 대부분이다. 이 미션을 수행할 때 “쪽팔려!”를 외친다고 해서 ‘쪽팔려 게임’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쪽팔려 게임’으로 창피한 짓을 하다가 이성 교제로 종종 이어진다.

 

물론 짧게는 하루, 이틀, 사흘 정도 어른 흉내를 내다가 또다시 ‘쪽팔려 게임’으로 다른 이성 사귀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요즘 초등학생들이 재미있어 하는 게임이다. “얘들아, 쪽팔려, 쪽팔려 하다가 진짜 쪽팔릴 짓하지 말고 차라리 밖에 나가 뛰어 놀아라”라고 훈계해 보아도 그저 선생님의 잔소리쯤으로 여길 뿐이다.

 

행실이 형편없는 사람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인 ‘개’ 자와 창피하다의 속어인 이 ‘쪽팔려’가 아이들의 말버릇과 게임이 되어 버린 요즘,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나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되돌아보았다. 일주일 동안 살펴보니 생각보다 부정적인 말을 많이 사용하고, 세속적인 낱말도 습관처럼 굳어져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헉’의 다른 말인 ‘헐’을 말의 강세와 길이를 달리해 감탄사로 종종 썼다. 사실 일전에 아들에게 “맴매 맞아!”라고 말했더니 “헐” 하는 게 아닌가. 어찌나 우습고 어이가 없던지. 한편으로는 앵무새처럼 엄마 말을 따라 하는 걸 보고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찌됐든 ‘헐’이란 말은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내 나이와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낱말임에는 틀림없다.

 

또 습관처럼 사용하는 낱말로 ‘아이고’가 있었다. 피곤해도 “아이고”, 안타까워도 “아이고”, 놀라도 “아이고”, 심지어 좋아도 “아이고”라고 말했다. 예전에 나이 지긋하신 어느 분이 “왜 곡하는 소릴 많이 하느냐”고 나무란 적이 있었는데, 그걸 고치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했다. 이 두 가지 외에도 고쳐야 할 말이 무척 많았다.

 

말은 그 사람의 성격과 인격을 비춰 주는 거울이라는데, 정제하지 않은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겠다 싶고, 세속적인 말로 믿음의 덕을 세우지 못했겠다 싶어 마음이 아팠다. 특히 긍정적인 말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꿈을 세워 줘야 하는데 습관적으로 쓰는 부정적인 말로 그 꿈을 짓밟지 않았을까 싶어 회개가 됐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성경 말씀 한 구절을 묵상한다.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민14:28).

 

나 자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잘못된 언어를 바로 잡아 긍정적인 말, 믿음의 말을 하게 하려면 잔소리를 멈출 수 없다.

김은혜 집사

(75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4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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