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안보가 관광이 되는 나라?

등록날짜 [ 2015-08-12 01:01:32 ]

지난 7월 말 아이들과 파주 비무장지대(DMZ)와 제3땅굴을 다녀왔다. 내가 초등학생 때 갔다 왔으니 근 30년 만에 다시 간 셈이다.

 

당시 부산에서 관광버스에 올라 서울 구경 간다고 설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 시절 생각나는 기억의 단편 중에서 이렇게 정확한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차 안에서 가이드 아저씨가 “63빌딩을 밑에서 쳐다보다가 뒤로 넘어집니다”라고 했을 때 아이들과 부모들은 “무슨 농담을 그리 심하게 하노?” 하며 까르르 웃었다. 그런데 63빌딩은 생각보다 높아도 너무 높았다.

 

친구들과 건물 입구에서 꼭대기를 쳐다보다 뒤로 넘어지기를 몇 번 하면서 장난질을 했다.

그다음 방문한 곳이 제3땅굴이었다. 어린 나이에 어두운 땅굴에서 불어오는 냉기가 싫었다. 땅굴에 내려가서 북한군한테 잡혀가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지막 장소에 다다랐을 때 막다른 벽과 벽을 향해 놓인 기관총 한 정을 보고 얼마나 무서웠던지. 저 벽 쪽에서 누군가 불쑥 나올 것만 같았다.

 

30년이 지나 우리 아이들과 다시 그곳을 방문했다. 도라산역을 향해 가는 전용열차 창문으로 63빌딩이 보였다. 아이들을 쳐다보며 ‘63빌딩 쳐다보다 뒤로 넘어진다’는 오래된 우스갯소리가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생각보다 DMZ 전용열차는 깔끔하게 잘 준비되어 있었다. 열차 안에는 많은 외국인이 있어 외국에 온 듯 이국적인 느낌도 들었다. 둘러보니 곳곳에 ‘안보관광’이라는 단어가 눈에 많이 띄었다. 통일이 상품이 되고, 안보가 관광이 되는 것이 씁쓸하다.

 

안보가 좀 더 생활 가까이에 다가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애써 보려고 하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가 않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반드시 가 볼 만한 체험교육일 텐데 두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런 체험 안내문을 학교에서 받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가이드에게 들은 내용을 다시 요약해 주고, 기억나게 반복해 줘야 할 타이밍이다. 북한이 파놓은 땅굴이 발견된 건 총 4개. 지금 가는 제3땅굴이 서울과 가장 가까워 44㎞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1시간에 군사 3만 명이 이동할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땅굴이라는 것.

 

그런데 이런저런 설명보다 그냥 보고, 만지고, 느끼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 밖으로 흐르는 임진강의 끊어진 다리를. 멋진 자연공원처럼 보이는 DMZ를 자세히 보면 칼로 벤 것처럼 38선 철책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는 사실을. 땅굴을 내려가며 느끼는 등골 오싹한 냉기와 손에 닿는 암석들의 날카로움을. 말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는 그 무엇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내가 주님께 무척 감사한 점은 귀한 강단을 만나 확실한 신앙관 안에서 올바른 국가관을 세울 수 있도록 인도하신 것이다. 윤석전 담임목사님은 항상 ‘경험’을 강조하신다. 주님을 만난 경험, 믿음과 기도로 병 나은 경험, 하나님의 말씀이 그대로 살아 역사하는 경험, 경험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조금 다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르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전쟁이 뭔지 모르고, 굶주림을 모르는 우리 세대에게 나라를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신앙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말씀하신다. 친아버지와 같은 엄함과 진정성 앞에 나 같??사람도 국가관을 바로 세우게 된다. 이제 다음 세대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냥 한번 아이들과 땅굴 체험한다고 채워질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김기환 집사
 

위 글은 교회신문 <44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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