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9-08 15:02:52 ]
두 달 전쯤, 잠을 잘못 잤는지 왼쪽 어깨 아래가 매우 뻐근했다. 손을 올리기조차 힘들었지만 바쁜 출근 시간이라 이리저리 살필 겨를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일과를 시작했다. 평소 어디 아프거나 다치면 ‘그러려니’ 하며 병원이나 약국에 가지 않는 편이다. 이번에도 아픈 부위를 주물러 주면 곧 낫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 신경이 예민해졌고, 오후에는 물건을 전혀 들 수 없었다. 증상은 더 심해져, 팔과 어깨 아래쪽이 몹시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튿날 아침, 잠을 잤으니 좀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몸을 움직이자 통증이 서서히 나타났다. 이불 개고, 옷 갈아입고, 샤워하는 일상적인 일조차 힘들었다. 평소 잘 느끼지 못하던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무척 소중히 여겨졌다. 아무렇지 않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혹시 내가 평소 감사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겼나 싶었다. ‘예수님, 이제야 근육의 움직임에 감사하네요. 이제 깨달았으니 이거 해결 좀…’ 하며 죄를 깨달았으니 이제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팔은 점점 더 아파질 뿐, 도무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에 갈 생각을 안 해 본 내가 도무지 못 견딜 정도여서 인터넷도 찾아보며 나을 방책을 찾았다.
그때 불현듯 스치는 얼굴이 있었다. 우리 부 회원 중 한 명인데, 당시 신앙생활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는 부장인 내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자신과 친한 다른 직분자에게만 속내를 말해, 나는 그가 무척 힘들어한다는 사정을 건네 들을 뿐이었다. 그는 예배에 가끔 빠지고, 기도하기를 힘들어했다. 그와 몇 번 대화를 시도했지만, 별일 없다는 듯 말해 안타깝기만 했다. 그 후로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 시간, 그 회원의 얼굴과 말씀 한 구절이 거의 동시에 떠올랐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즐거워하나니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12:26~27).
마치 주님께서 크게 책망하시는 소리 같았다. ‘너는 네 어깨 아픈 것은 그렇게 신경 쓰고 온갖 방법을 찾으면서, 네 부원이 힘들어할 땐 얼마나 같이 아파하고 신경 써 주고 대책을 마련해 봤니!’라고. 내가 팔이 아플 때 그렇게 앓는 소리를 냈듯, 우리는 그리스도의 각 부분으로서 그 회원이 힘들어할 때 주님도 앓을 만큼 무척 힘들어하셨으리라는, 주님의 심정이 다소나마 느껴졌다. 그동안 주님 마음을 모르고 누군가를 섬겼다는 생각이 들어 주님 앞에 부끄럽고 죄송했다.
그런 깨달음이 든 후, 주님 앞에 그 부원을 위해 더 진실하게 기도하지 못하고, 같이 아파하지 못한 부끄러운 내 모습, 또 주님 심정을 몰랐던 점을 눈물로 회개했다. 그러자 어깨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 일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얻은 점은 내 안에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무척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함께 짊어지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됐다는 사실이다. 또 그들의 힘든 상황을 알았을 때, 내가 더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주님께서 부어 주셨다.
이제 2015년도 몇 개월 남지 않았다. 더욱더 기도로 주님 뜻을 구하며 주님 심정으로 영혼을 사랑하며 섬기리라 다짐해 본다.
강유림
충성된청년회12부
초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45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