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12-23 13:17:11 ]
몇 년 전부터 우리 교회에서는 담임목사님과 모든 직분자가 ‘주님처럼 섬기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긴 명찰을 달고 다닌다. 2015년 표어 역시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는 말씀으로 하나님께서는 담임목사 입술을 통해 서로 섬기라고 당부하셨다.
주님의 은혜로 허물 많고 부족한 나도 영혼을 섬길 직분을 받았는데, 직분을 감당하다 보면 한 가지 작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2015년에 맡은 직분은 청년회 부장이었다. 부장이 할 일은 부를 이끌어 가고, 직분자들에게 할 일을 제공해 주고, 말씀을 전해 주는, 곧 리더(leader)였다. ‘리더’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도자, 대표’다. 반면 하나님이 당부하신 ‘종’은 ‘남의 집에 딸려 천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둘은 정말 상반된 의미인데, 종노릇하는 것이 어찌 리더의 일이란 말인가.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갈5:13)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겨라’(빌2:3)라는 말씀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하루는 담임을 맡은 교실에 있는 방울토마토를 보았다. 초등학교 아이들과 식물을 길렀는데, 한창 줄기가 자라 꽃이 펴서 열매 맺기를 기다리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화분에 담긴 흙에 눈길이 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탁’ 하고 스치듯이 지나갔다. 사람들은 꽃이나 잎을 보며 ‘예쁘다’ ‘멋지다’ ‘향기롭다’고 말하지만, 흙을 보며 ‘사랑스럽다’ ‘향기가 좋다’고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흙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흙은 식물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문득 영혼 섬기는 자의 역할이 흙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드러내거나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싹을 틔우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씨앗에 양분을 공급해 주면 된다.
내가 말씀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부장으로서 성경 지식을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먼저는 내가 하나님 앞에 바로 살기 위해, 내게 맡겨 준 회원들이 하나님과 관계에 의심스럽고 궁금한 점이 생길 때, 혹은 신앙생활을 힘들어할 때 하나님의 뜻을 바로 알려 주기 위해서다. 때로는 말씀으로 죄를 지적하는 것보다 사랑으로 품어 주는 게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보다 잘나고 귀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 신분이 아니었다. 억지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이 보였다. 그 장점이 주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영혼 살리는 일에 쓰임받을 수 있도록 기도로 섬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부터 그들은 나보다 나은 존재이고, 나는 그들을 돕는 종과 같은 처지였다. 그런데 그들과 주님 사이에서 ‘부장 노릇’하려고 교만하고 오만불손했던 지난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고린도전서 3장 7절에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뿐이니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나는 내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었다. 곧 나는 맡겨 준 영혼들이 주님과 관계를 잘하도록 기도와 말씀으로 섬길 뿐 역사하실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2016년에도 고등부 교사라는 직분을 주셨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내게 맡겨 준 아이들이 예수 믿고 구원받도록 또 그들이 또 다른 전도자가 되도록 2016년에는 기도로 말씀으로 사랑으로 주님 주시는 힘으로 ‘주님처럼 섬길 것’을 다짐해 본다.
강유림 교사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46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