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잃어버린 열정을 찾을 때

등록날짜 [ 2015-12-30 22:36:46 ]

한 해 끝자락에 서면, 지난날을 돌아보게 됩니다. 특별히 기념할 만한 날이 와도 힘겹게 달려온 날들을 떠올리게 되고요. 내년이면 설립 30주년을 맞는 우리 교회에는 교회 구석구석에 수많은 성도의 충성이 배어 있습니다. 지금껏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연세중앙교회의 현재가 있기까지 수많은 일거리가 있었고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사람들이 주님의 사역을 담당했습니다. 그들의 수고가 생각나고, 그들의 땀방울이 그리워집니다.

 

노량진성전 시절, 주일 예배를 마치면 모든 성도는 식당과 교육관 앞뒤 마당에서 함께 식사했습니다. 식사 당번인 여전도회원들은 아침 일찍 밥, 반찬, 국을 마련해 둡니다. 배식은 식당 주변 곳곳에서 해서 여기저기 길게 줄 선 기억이 납니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 챙기랴, 어르신들을 대접하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중식 시간이 지나면 산처럼 쌓인 식판을 씻어야 합니다. 젊은 남전도회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섭니다.

 

어느 때는 그날 교회 온 새가족들도 분위기에 휩싸여 열심히 그릇을 닦습니다. 식당 뒷마당 풍경에 낯설어 하면서도 기쁘게 참여합니다. 충성하느라 점심을 늦게 먹은 충성자들은 서로 격려하며 성도 간에 정을 나눕니다. 한솥밥 먹는 식구의 뜨거운 사랑을 만납니다. 이후 남.여전도회 회원들은 회장이나 임원의 가정에 가서 성도 간의 교제를 나누고, 성경을 함께 읽고 합심해서 서로 중보하고 성령 충만해져서 저녁예배를 드리러 옵니다.

 

흰돌산수양관에서 성회를 하면 회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당연히 가서 충성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주의 일에 열심을 낸 많은 신앙의 선배가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 교회가 있습니다. 애타는 주님 심정을 갖고 주님의 일이 잘못되지 않기를 노심초사하며 기도하면서 고생을 무릅쓰고 하늘나라 면류관을 바라보며 충성했습니다.

 

그저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누군가 흘린 수고의 땀방울이 묻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하심이 있고, 사랑받은 성도들의 피땀이 녹아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그저 편하게 신앙생활 하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음을 지키고 충성한 신앙 선배들과 비교해 볼 때, 그렇게 편히 살다가 과연 하늘에 상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주일에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면서도 기뻐하고, 전도하면서도 기뻐하고, 남에게 핍박받으면서도 기뻐했습니다. 주님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기뻐하면서 감당한 선배들이 있었고, 그들의 피땀 어린 발자취를 따라 여기 궁동까지 우리 교회가 커 왔습니다.

 

요즘 “교회에 충성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무엇 하나 변변히 갖춰진 것 없어도 주의 일을 감당했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충성할 사람이 없다면 주님이 얼마나 마음 아프실까 생각합니다. 또 말세가 가까이 다가왔고 때가 악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낍니다.

 

올 한 해도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나태한 자신을 반성하고 마귀에게 속은 지난날을 회개하고 새로운 열정을 찾아 냅시다.

 

주님은 나를 살리려고 십자가에 죽으러 이 땅에 오셨습니다. 내가 당할 모진 핍박과 아픔과 고통을 친히 담당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우리의 구세주가 되셨습니다. 그 사랑 앞에 주님의 일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기뻐하며 감당하길 원합니다. 교회가 커진 만큼 주의 일은 더욱 많아집니다. 은혜받은 자답게 주의 일에 힘을 냅시다. 우리 성도 모두 하늘에서 상 받는 모습이 눈앞에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오태영 안수집사

(교회복지부)
 

위 글은 교회신문 <46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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