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5-09 22:54:03 ]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였다. 대학교 동기들은 일찌감치 시험에 합격하여 교직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노량진에서 열심히 ‘재수’를 하고 있었다. 합격 기대와 달리 1차 시험도 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이 밀려왔다. 또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올해도 여전히 손 벌려 공부하는 모습이 한심했다.
그런데도 책을 보면 여전히 모르는 내용뿐이고, 분명 어제 공부한 내용인데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독서실 옆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직렬인데도 뭔가 굉장히 열심히 잘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도 눈에 불을 켜고, 이를 악물고 공부할 만한데,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면 왜 이리도 잡념이 나를 괴롭히는지. 한 시간 동안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뿐인가. 내 눈을 강하게 짓누르는 졸음도 내 공부를 방해했다. ‘꾸벅꾸벅 졸 바에 차라리 엎드려서 10분만 제대로 자고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자’라는 생각에 엎드려 자고 일어나면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때 느껴지는 좌절감이란….
나에 대한 실망이 계속되고 시험 압박은 점점 다가왔지만, 공부를 끝내면 매일 저녁 교회에 가서 2시간 정도 기도했다. ‘예수님, 내일은 제발 졸지 않게 해 주세요. 내일은 제발 공부할 때 잡념이 틈타지 않게 해 주세요.’ 간절히 기도하고 나면 내일은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열심히 할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 내일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독서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영락없이 또 졸음과 잡념이 몰려왔다. 그날 저녁 또 가서 기도했다. ‘예수님, 내일은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게 해 주세요.’ 희망을 갖고 집에 들어갔다. 그다음 날, 전과 마찬가지로 졸음과 잡념으로 헤롱대다가 교회로 돌아왔다. 그렇게 재수 1년을 보내며 임용고시를 치렀다. 시험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때 당시 기도 응답이 안 된 것처럼 보였다. 잡념과 졸음을 이기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나는 매일 잡념과 졸음으로 방해를 받았다. 그런데도 참 감사한 것은 ‘기도해도 안 되네’라는 생각보단 ‘오늘 저녁에는 더 진실하게 기도해 보자’, ‘내일은 응답될 거야’라는 기대감이 훨씬 더 컸다. 그렇게 기도하면 주님은 응답에 대한 믿음을 주시고, 소망도 주셨다.
그렇게 매일 기도할 힘을 주님께서 주셨다. 나는 ‘합격’이라는 통지보다 훨씬 더 큰 응답을 받았다. 바로 재수 1년 과정을 통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합격이라는 응답도 중요했지만 하나님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응답받을 때까지 끝까지 기도하는 모습을 만들기 원하셨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우리 교회는 ‘전 성도 40일 그리고 10일 작정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여러 기도제목을 놓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너무나 귀한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해 주셨는데도 응답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언제까지 기도해야 하느냐고 불평불만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훨씬 더 잘 아시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심이 훨씬 더 큰데, 나의 좁은 시야와 조급함 때문에 주님의 응답을 그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예수 이름 때문에 죄인인 나의 기도를 들어 주시는 주님께 감사하며, 오늘도 내 기도를 기다리시는 주님께 남은 기간만큼은 주님 마음 시원하게 해드리는 기도를 해야겠다.
강유림 교사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47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