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꽃과 벌의 공존 속에 깨달은 생각

등록날짜 [ 2016-05-17 23:27:23 ]

며칠 전 낙성대에 있는 생태환경 교실(서울시 과학전시관 주최)에 다녀왔다. 안내하는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주변 공원에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을 관찰했다. 봄이 한창이라 철쭉과 유채꽃, 튤립과 사과꽃이 피어 있었고 그 꽃들과 꽃받침, 꽃잎을 자세히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또 개미, 거미, 벌처럼 주변에서 흔히 보는 곤충에 관해 재미있게 설명을 들으면서 관찰했다.

 

내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것은 벌이었다. 날갯짓을 1초당 200~300회씩 하루에 수백만 번 하며 꽃을 찾아다닌다. 꽃과 꽃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부지런히 꽃 속의 진액을 빨아들인다. 입으로 꽃 속 진액을 수집해서 벌집에 돌아가 진액을 저장한다. 그것이 우리가 먹는 꿀이 된다.

 

그런 벌이 최근 농약, 미세먼지, 환경오염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얼마 전 방문한 농장에는 친환경 농법으로 딸기와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출입문에 아래 문구가 붙어 있었다.

 

벌이 나갈 수 있으니 문을 꼭 닫아 주세요.’

 

식물 75%는 꽃가루를 옮겨 주는 벌에 의지해 과실을 맺는다고 한다. 새삼 벌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멸종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벌이 하는 일을 가치 있게 여겼다. 벌은 작은 존재지만 그것이 사라지면 인간이 기르는 과일도 대부분 사라진다.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우리나라에서도 6조 원에 달한다.

 

꽃과 벌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꽃은 각자 향기로 벌을 유혹해 자기의 진액을 먹으라고 한다. 꽃잎에는 벌이 쉽게 꽃을 찾도록 진액이 나온다. 벌은 꽃에서 진액을 먹으면서 자연스레 꽃가루를 밟고, 다리에 붙어 있는 꽃가루 통에 꽃가루를 담아 옮겨 꽃이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돕는다. 꽃은 있는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고, 벌 역시 부지런히 다니는 역할을 수행해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자연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섭리를 볼 수 있다. 평상시에는 꽃도, 벌도 우리와는 상관없이 느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우리는 꽃처럼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고 있다. 가정과 직장과 사업장에서, 어느 위치에 있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으로서 말씀대로 순종하면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한다. 또 우리는 벌처럼 그리스도의 일꾼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많은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성령으로 거듭나고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돕는다. 우리도 한 사람 한 사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여기서 내 모습을 되짚어 본다. 나의 삶은 얼마나 진하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고 있는가? 나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직장 동료에게 어떤 향기를 내는 사람일까? 또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며 그 열매로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부지런한가?

 

자연 속에서 꽃과 벌이 서로 도우며 인간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듯 우리의 삶도 서로 돕고 서로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주는, 아름답게 살아가는 삶이기를 기도한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다.

 

김용환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8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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