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엄마의 고백

등록날짜 [ 2016-09-22 15:30:08 ]

출산하기 삼일 전 주일에도 주님을 찬양하려고 만삭인 몸을 이끌고 찬양대에 섰다. 출산 2주 전까지 근무지인 초등학교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반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쳤다. 지금 생각해봐도 또다시 그렇게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또 임신성 부종 탓에 퉁퉁 부은 다리로 고생하면서도 하루하루 기대와 설렘 속에 아이를 기다렸다.

410개월 전 그 날, 하나님께서 내 속에 잉태케 하셔서 태어나게 하신, 어리고 연약한 영적 존재가 내 품에 안겼다. 열 달을 기다린 아이는 그렇게 내게 왔다.

‘Refer(재검)’

첫아이가 태어난 날, 아기 탄생의 기쁨도 잠시, 청력 검사에서 왼쪽 귀를 재검받으라는 결과가 나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2주 후 다시 검사했는데도 같은 결과였다. 한 달 후, 세 번째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만약 세 번째 검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청력에 이상이 있어 재활치료를 해야 하고 평생 왼쪽 귀로는 소리를 못 듣게 된다고 해 두려움이 앞섰다.

힘들고 절박한 상황에서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붙잡을 만큼 믿음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예고 없이 맞닥뜨리는 상황들 앞에 믿음 없음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저 안타까워 눈물 흘리며 망연자실해하는 나약한 엄마였다. 엄마의 믿음은 연약했지만 믿음의 식구들이 올린 중보기도를 들으신 주님께서는 세 번째 청력 검사에서 ‘pass(통과)’를 받게 하셨다.
출산한 지 두 달 반 만에 학기를 마무리하려 복직했다. 그때 친정어머니께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다. 떨어져 있는 동안, 아이가 잘 있는지 온통 마음과 생각이 쏠렸다. 아이는 잦은 감기로 고생했다. 걷기 시작할 때부터는 심한 평발이어서 자주 넘어졌다. 마음이 아팠다.

생사를 오가는 위급한 상황도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주님께서 항상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주셨다.

며칠 전 어떤 분이 집사님은 어떤 엄마예요?” 라고 물어보셨다. 그 순간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잘해 준 것보다 잘못한 일이 먼저 떠올랐다. 아이는 나를 어떤 엄마로 생각할까? 너무나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인데 그렇게 대하고 있는지 나를 돌아보았다.

오늘도 아이 때문에 힘겨운 순간이 있었지만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 한마디에 다시금 힘이 불끈 솟는다. 눈물의 기도를 쉬지 않게 하는 아이와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아이. 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 간다. 아이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 앞에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회개할 때가 많다. 하나님 앞에서 나는 어떤 자녀인지 돌아본다. 자라면서 받았고 지금도 변함없이 받고 있는 부모님의 사랑과 아낌없는 노고에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 뭉클해진다.

변치 않는 사랑으로 자녀가 영육 간에 잘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 아버지와 부모님. 나도 그렇게 내게 맡겨 주신 자녀를 양육하기를 소원한다. 열 번 잔소리보다 한 번 모범이 아이를 바르게 성장하게 한다는 희망을 품고, 믿음을 보여 주며 나아가는 엄마가 되고 싶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사랑을 십자가에서 살 찢고 피 흘려 죽으신 예수로 보여 주셨듯이 말이다.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127:3).

나의 자녀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아이들로, 말씀에 순종하여 죄를 이기고 천국 가는 아이들로 자라나기를 소망한다. 내 아이들을 나보다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엄마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리라. 훗날, 하나님께서 내 자녀를 이렇게 키워 주셨다고 고백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조신애 집사

79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9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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