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10-24 10:51:27 ]
새벽 4시 즈음, 둘째 아이 수유 중에 네 살 먹은 첫째 아들 녀석이 부스스 일어나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안아 줘! 안아 줘!" 발을 구르면서 울고불고 아주 난리 났다. 발로 나를 차더니 끝내 둘째 아이를 밀치고 내 가슴팍에 뛰어들었다. 잠결에 젖 빨던 둘째 아이는 깜짝 놀라 자지러지게 울었고, 큰아이도 서러운 듯 눈물만 뚝뚝 흘렸다. 결국 침대 밑에서 잠자던 남편이 큰아이를 안아 주고 나서야 이 난리가 잠잠해졌다.
요즘 큰아이는 찬밥 신세다. 같이 사는 여동생의 말처럼, 2개월 된 둘째 아이가 예뻐 눈을 빼 고 바라보다 보니 큰아이가 소외감을 느끼나 보다. 큰아이 앞에서 절제한다고 하지만, 나와 남편 모두 둘째 얼굴만 봐도 "어이쿠, 예뻐! 어쩜 이리 귀여워!" 감탄을 연발한다. 내가 생각해도 좀 안쓰럽고 미안하긴 하다. 어쨌든 아직 100일도 안 된 내가 둘째를 내가 내내 곁에 끼고 있어서 자신 은 찬밥 신세가 되고 보니 동생을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결국 어느 날부터 큰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였다. 어린이집에서 자신보다 어린 아기들에게 장난감 블록을 집어 던지고 나쁜 말을 했다. 집에서는 대놓고 동생을 괴롭혔다. 머리를 때리고 발가락을 깨물고 손가락을 꼬집었다. 둘째를 어렵사리 재워 놓으면 소리 질러 깨우고, 흔들어 깨우고, 만져서 깨웠다. 말도 어찌나 안 듣는지 "하지 말라" 하면하고, "하라" 하면 안 했다. "네가 청개구리 형님이냐?" 고래고래 소리 지르게 만들 정도다. 그래도 어떤 날은 내 품에 안겨 "엄마는 누굴 가장 사랑해?" 물어 오면 "당연히 우리 아들이지" 하며 엉덩이를 토닥토닥해 준다. 그러면 기분이 금세 좋아져서 존댓말까지 쓰면서 고분고분해진다. 하지만 동생이 보채거나 울어서 안아 주면 이내 또다시 청개구리 형님으로 변신하니, 이 엄마는 정말 '헐크'가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사랑받으려고 몸부림치는 큰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그러다 이내 나를 돌아본다. 하나님을 믿는 많은 사람 중, 나는 하나님께 몇 번째일까? 우리를 사랑해서 독생자 아들까지 십자가에서 못 박아 죽게 하신 한량없는 사랑이지만, 그중에서도 눈여겨봐지고 특히 더 사랑받는 존재이고 싶다.
사실 이런 존재가 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요즘 기도하고 전도하라고 애절하게 설교하는 담임목사님 설교 말씀에 순종하면 된다. 그러나 내 마음 가는 대로, 시간 되는 대로, 상황 되는 대로 '했다가 말다가' 하니 특별히 예쁨받지는 못할 것 같다. 오히려 기도 응답이 더디다고, 다른 사람보다 안 가진 게 많다고 낙심하고 우울해한다. 사랑받고 싶어 문제 행동을 일삼는 우리 큰아들과 뭐가 다를까. 좀 더 성숙한 신앙을 가지고 싶다.
둘째를 낳기 전에 주변 아기 엄마들이 "둘째 낳아 봐. 그냥 대놓고 예뻐"라고 말했는데 정말 똥도 예쁘다. 둘째가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뽀뽀를 날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하나님도 나를 보실 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그래서 내가 죄로 하나님의 원수되었을 때 아들 예수를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하셨을까?'
그 사랑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껴진다. 비록 세상에서는 애 둘 딸린 아줌마에, 화장품 가게에서 샘플 많이 챙겨 달라고 너스레 떠는 서민 고객 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혈기 부리고 우울해지고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육아 전쟁 속에서 찾게 되는 하나님 사랑의 맛이, 그 여러 가지 맛이 달달하니 참 좋다.
/김은혜 집사
75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0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