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멈춰 선 자동차

등록날짜 [ 2016-11-23 10:10:49 ]

내 신앙에 고장 난 부분은 없는지 돌아봐

 

복잡한 종로에 나가면서 승용차를 운전해서 갔다. 보통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사정이 있어서였다. 돌아오는 길에 교회 근처 왕복 4차선 도로를 지나고 있는데 어디선가 미세하게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렸다. 내 차 주변에 오토바이가 지나는가 싶어 주의를 기울이면서 전후좌우를 살폈지만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았다.

액셀을 밟을 때마다 오토바이 소리가 났다가 발을 떼면 사라지곤 했다. 이내 차창 밖에서가 아니라 차체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알아챘다. 곧이어 빨간불 신호에 걸려서 차를 멈추었다. 십여 분만 가면 집이라는 안도감이 든 것도 잠시, 파란 불로 신호가 바뀌어 가속 페달을 밟는데 차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액셀을 밟아도 굉음만 내고 RPM(회전속도계) 바늘만 올라갈 뿐 차는 그 자리에서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 이게 왜 이러지? 무슨 일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특별한 고장도 없고 주기적으로 서비스센터에 드나들며 잘 관리해 오던 차라서 이렇게 갑자기 멈춰 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평소 도로에서 고장 차량을 보면 왜 미리미리 점검하지 않아서 저렇게 남에게 피해를 줄까?’ 생각하곤 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 입장이 되다니.

우선 뒤따라오는 차에게 상황을 알려 주려고 비상등을 켰다.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긴급 견인요청을 하고, 차에서 내려 뒤따르는 차들이 비켜가도록 손으로 신호해 주었다. 잠시 후 지나가는 택시 기사분이 창문을 내리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액셀을 밟아도 RPM만 올라가고 차가 앞으로 안 가요.” 내가 대답하자 미션(변속 장치)나간 거예요. 백 퍼센트!” 하고는 지나갔다. 또 잠시 후 지나가던 운전면허학원 교습용 차 운전자분이 차에서 내리더니 차 트렁크를 열라고 하면서 삼각대를 꺼내 저만큼 떨어진 곳에 설치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땅거미가 막 내릴 즈음이라 업무를 마치고 부지런히 회사로 복귀하거나 볼일 보러 다니는 차량이 도로에는 꽤 많았다. 2차로 중에서 한 차로에 고장 난 차가 서 있으니 통행량이 많지 않던 도로인데도 금세 꽉 막혀 버렸다. 빈 차선으로 옮기려고 핸들을 꺾는 운전자들을 보면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견인차가 몇 분 만에 와서 차를 옮기자 순식간에 도로 정체가 풀렸지만, 그 짧은 시간이 내게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서비스센터에서 점검한 결과 미션이 심하게 파손되어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에서 미션은 엔진 다음으로 중요한 기관이라 수리 비용이 꽤 들었다. 도로 복판에서 차가 멈추어 선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수리 비용까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래도 당장에 자동차를 되살리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요, 그에 따르는 대가를 지급해야 했다. 그 와중에도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건 시내 한복판이 아닌 서울 외곽에서 차가 멈춘 것이다.

, 만일 내가 주님 다시 오실 날과 영혼의 때를 준비하고 있는데 엉뚱하게 준비하고 있다면, 혹여 그래서 주님이 오셨는데 전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어서 당혹스러워한다면. 그때는 자동차처럼 수리해서 다시 굴러가게 할 기회가 전혀 없다. 자동차 고장과 수리 비용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 신앙에 고장 난 부분은 없는지, 수정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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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기자

신문발행국

위 글은 교회신문 <50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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