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지금이 착각에서 벗어날 때

등록날짜 [ 2016-12-21 13:56:04 ]

3개월 전쯤 고등부 초청주일에 교사들이 공연을 하기로 했다. 처음 교회에 방문한 학생들에게 교사들의 솔직한 심정을 담아 예수 사랑을 전하려는 의도였다. 신입반을 담임한 나는 듀엣 찬양을 맡았다. 청년회 부장일 때 부원들과 헌금송을 불러본 후로는 마이크를 잡고 찬양을 부른 기억이 없다. 쉰 목소리에 고음 불가인 내게 듀엣 찬양을 부르라니!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편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싶어 감격스럽기도 했다.

같이 찬양할 선생님과 곡을 정한 후 원곡을 수없이 반복해서 들으면서 각자 맡은 파트 음을 익혔다. 집에서 녹음도 하며 연습했다. 여럿이 부르는 게 아니라 더 긴장되고 걱정과 염려로 불안했다. 같이 찬양할 선생님에게 연습을 더 많이 하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공연 전날 저녁, 리허설을 했다. 다른 선생님들 공연 후 우리 차례에 준비한 대로 찬양을 했는데, 왠지 분위기가 싸늘했다. 다른 팀 공연에는 피드백이 오갔는데, 우리 팀에는 아무 말이 없었다. 리허설을 지켜본 부장님께 여쭤봤다. “이대로 진행할까요?” 부장님 말씀은 “그냥 자신 있게 하세요”였다. 분명 고칠 점이 있을 텐데, 밑도 끝도 없이 ‘자신 있게’ 하라니? 뭐지? 뭐가 문제지? 고민하다가 방송을 담당한 선생님에게 우리 팀 동영상을 요청했는데 하필 영상 용량이 너무 커서 그날 밤늦게야 받아보았다.

드디어 영상을 재생했는데……. 이럴 수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음정, 박자, 표정이 문제가 아니었다. 노래 자체를 너무 못했다. ‘그래서 누구도 말을 안 했구나. 당장 내일 공연해야 하는데, 무엇 하나 건드릴 상황이 아니어서, 애써 연습했는데 상처 받을까 봐 말씀을 못 하셨구나.’ 좌절하고 낙심했다. 이렇게 내 실력을 모르고 있었다니. 같이 연습한 선생님에게도 미안하고, 비참했다.

다음 날, 공연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공연 전까지 기도만 했다. ‘하라고 하셔서 순종하니 초청주일 공연에 흠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가사 전달을 잘하게 해주세요. 진실한 마음이 전달되게 해주세요.’ 공연 후 이런저런 피드백과 함께 은혜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일을 통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목사님께서 종종 설교시간에 말씀하신다. 내가 신앙생활 잘하는 줄 알고 있다가 죽고 나서 그게 아닌 줄 안다면 얼마나 충격받고 좌절하겠느냐고. 또 예수님이 공중에 강림하실 때 나는 들림받을 줄 알았는데 이 땅에 남겨진다면, 그것만큼 처참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연을 준비했지만 진짜 내 모습을 깜깜하게 몰랐다. 내 방식대로 연습했고 그것을 잘하는 줄로 착각했다. 더는 기회가 없을 때, 정작 내 모습 앞에 안절부절못하고, 그렇게 비참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현재 신앙생활을 되돌아보았다. 예배드리고, 기도하고, 충성하고 있기에 신앙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 않은지. 주님은 말씀을 통해 애절하게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하시는데 스스로 속아 못 듣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큰 충격이었다. 주님을 만나는 날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결심을 했다. 그 후로 날마다 말씀 앞에 나를 비추어 보고, 내 중심을 살펴보고, 말씀을 듣고도 회개할 점을 찾지 못하는 내 모습을 고쳐나가고 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실수를 통해 나를 돌아볼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



/강유림 교사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50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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