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2-20 15:04:15 ]
내 잣대로 상대 평가하지 말고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인간관계의 기본
자벌레를 보았다. 마치 손으로 한 뼘 한 뼘 길이를 재듯 제 몸의 반을 산처럼 세웠다 펴기를 반복하며 기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정확히 자벌레인 줄 알고 본 것이 아니라 하는 짓을 보니 자벌레인 줄 안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삭정가지처럼 볼품없는 것이 달팽이만큼이나 천천히 일생을 저렇게 재고 또 재며 살아야 하다니, 쯧 참 안 됐다.
하루종일 입에 거미줄치고 사는 그녀에겐 자연이 주는 위안이 고맙다. 자식들은 모두 외지에 나가 있고 남편도 저녁에나 잠깐 볼까, 할 얘기도 딱히 없다. 들고양이들이 종종 잡목 숲에서 새 사냥을 하고는 포만감 가득한 모습으로 돌담을 따라 내려가는 걸 보며 미소 짓는다. 느닷없이 커다란 거미가 촘촘하고 아름답게 거미줄을 쳐 놓고는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라든가,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면 얼마 전까지 시끄럽게 까불대던 까치들이 느티나무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그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툭, 툭 혼잣말을 해본다. 소통이 없는 세상에서 살며 그녀는 ‘버럭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학교 때 키가 크고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가사 선생님은 가끔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나이 마흔에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절대 시키지 마라. 고개를 주억거리며 들었고 지금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살면서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들이었던 게다.
성경에도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7:12)”는 황금률로 불리는 말씀이 있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인데 헌신짝처럼 여기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사회 규범은 암묵적 약속이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을 때,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할 때 일어나는 파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생각과 마음이 사분오열되고, 불평과 불만이 독버섯처럼 자란다. 관계는 모래성과 같이 부질없고 순간에 끝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불편한데 입 다물고 속이야 끓든 말든 인내하면서 어금니를 악물고 내년을 기약한다는 것은 다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는 것은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지체인 그가 불편하면 나도 편할 수 없다.
그녀가 한번 버럭 소리쳤다. 열 문장도 안 되는데 효과가 있었다. 모두 그녀에게 집중했다. 그녀는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본질을 들추었다. 고집과 이기심과 무지와 태만이 일소되기 바라는 마음뿐이었노라 했다.
소통만 잘해도 삶의 질이 달라질 거다. 고인 물이 썩듯 혈관이 막히면 여러 가지 병이 생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상대방을 내 잣대로 평가하지 말고 서로 배려하고 함께 가자. 주님 일에 한마음 되어 먼저 대접하고 먼저 섬기며 제 몫을 다 하자. 그리고 함께 웃자.
/정성남 기자
신문발행국
위 글은 교회신문 <51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