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세 치 혀 다스리기

등록날짜 [ 2017-03-28 15:24:58 ]

서로 험담하다가 멀어진 학생들 화해시켜 주는 과정에서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하던 내 모습 발견해 회개하고 점검하게 돼


올 3월부터 고2 담임을 맡아 새 학기를 보낸 지 어느덧 3주째다. 수업 들어오는 교과 선생님마다 우리 반 칭찬이 자자하다. “어쩜 그렇게 좋은 반을 맡았느냐.” “담임할 맛이 나겠다.” 어깨가 으쓱했다. 나도 공감한 바였기에 매일 학생들 만나는 기쁨이 컸다. 수업이나 담임 시간에도 모난 학생을 찾을 수 없었다. 한 명 한 명 모든 아이가 예쁘기만 했다.

그러나 너무 방심하고 있던 탓일까. 순하디순한 아이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알고 보니 지난해부터 같은 반에서 지낸 여학생 둘이 앙숙이란다. 그렇다 보니 여학생 사이에서 편이 갈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상담을 시작했다. 사건 실마리를 잡았다. A 친구 무리와 B 친구 무리가 서로 나쁜 말을 하고 다닌 것이다.

험담은 새 학기 2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학년 전체에 돌았고 학생들 사이에서 돌고 돌던 소문을 결국 당사자들도 들었다. 자칫 A와 B가 심하게 다툴 수 있는 일촉즉발이었다. A와 B 그리고 담임인 내가 삼자대면을 해야 했다. 사이를 틀어지게 한 지난해 사건부터 꺼냈다. 사소한 오해에서 생긴 일이었다. 오해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또 다른 소문을 낳았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대화 단절도 한몫했다. A와 B는 절교 후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친구들 입을 통해 이야기할 뿐이었다. 자기 친구에게 ‘내가 이런 험담을 들었는데 A가 말한 거라며?’ 하면 ‘아니야, 걔가 먼저 나한테 잘못했는데 너희가 잘못 안 거야’라고 말했다. A와 B는 그런 식으로 대화하면서 불신과 오해와 미움만 키우고 있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처럼 입에서 나온 말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려진 채 떠돌았다. 서로 진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를 판단하고 헐뜯었다. 삼자대면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오해는 풀리지 않았을 터다. 성경은 말한다.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무론 누구든지 네가 핑계치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행함이니라”(롬2:1). A와 B는 서로 판단하다가 결국 자신들 스스로 판단 대상이 되었다.

나보다 한참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나는 얼마나 내 혀를 다스리면서 살고 있는가. 남을 판단하지 말자고 해 놓고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주님을 사랑하노라 하면서도 내 입술은 늘 불평불만을 말했다. 주님은 하찮은 나를 위해 온갖 고초 당하시고 십자가를 지셨건만 나는 정작 내 마음에 차지 않은 이가 있고, 하기 싫은 일도 왜 그리 많은지. ‘입술로 죄짓지 말자’고 기도하면서도 날마다 툴툴댄다. 내 입 하나 단속하지 못하면서 과연 주님 오실 때 나는 주님의 신부 될 자격이 있는지 돌아본다.

당장 내일 주님이 오셔도 이상하지 않을 마지막 때다. 주님을 사랑하면서 살기도 아까운 이때 연약한 부분 하나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도할 수밖에 없다. 수업이 많아 지친다고 불평하기 전에 일할 직장을 열어 주시고, 힘들 때마다 기도하게 하시고 생명 주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려야 할 것이다. 주님을 사랑한다는 고백이, 단순 습관이 아닌 구원받은 은혜에 감사해 목메어 터져 나오는 진실한 고백이기를 소망한다.




/전선하(고등부)
現 고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52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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