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8-07 15:24:15 ]
얼마 전 수도권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상습 정체 구간을 해소하고 기존 통행 시간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취지에서였다. 동해안에서 수십 년을 산 내게는 온갖 추억과 향수가 깃든 지역이라, 서울에서 90분만 달리면 동해를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자못 설레기까지 했다.
동해안은 금강산 관광 출발지인 최북단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 양양, 강릉으로 이어진다. 국내 대표 휴양지답게 산, 바다, 호수, 온천, 계곡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동해에 살던 시절, 세상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철 따라 광어, 우럭, 가자미를 낚아 올리고 청정 하천에선 은어를 잡으며 숱한 나날을 보냈다. 신앙생활에 집중하려고 서울에 왔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 생활에 지쳐 갔고, 어떤 날은 참다못해 한밤중에 차를 몰고 동해안을 다녀와야 했다. 주님 은혜로 서울 생활에 무사히 닻을 내렸지만 친구들과 낚시하던 생각을 떠올릴 때면 여전히 손끝이 간질거렸다.
동해안을 떠난 지도 꽤 되었건만, 강원도 남대천에서 은어 낚시하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천 양변의 푸르른 절경을 배경 삼아 시원하게 흐르는 물결 위로 낚시를 드리우고, 형광 찌가 움직이는 것을 기다렸다. 입질이 오면 낚싯대 끝에서 전달되는 그 간질간질한 전율이 온몸에 퍼졌고 수면을 스치며 끌려오는 은빛 은어는 세상 시름을 잊기에 충분했다.
은어가 손안에서 꿈틀거리던 상상을 하다 보면, 마음은 벌써 남대천에 가 있었다. 낚시하는 손맛을 느껴 보길 열망했다. 달력 위 빨간색을 찾고 휴가 날짜 뒤지기를 거듭하다 ‘40일 그리고 10일 기도회’가 끝난 다음 날 야밤에, 어망을 가득 채울 은어를 그리며 동해안으로 향했다. 동이 틀 때부터 오후까지 은어를 낚는 데 갖은 수고를 했다. 하지만 내 상상과 달리 결과는 참담했다. 빈 어망을 싣고 서울로 돌아왔다. 오는 차 안에서 피곤과 후회가 가득 몰려왔고 낚시하는 동안 하나님을 뒷전에 둔 것 같아 마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낚시 갔다 온 게 죄는 아닐진대 무엇이 심령을 짓누르는 것일까.’
이때 주님의 세밀한 음성이 들리면서 깨닫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로또 복권 사 놓고 ‘당첨되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겠다’고 망상에 빠지듯, 몇 날 며칠을 은어 낚시라는 허상에 빠져 마음을 뺏겼다. 작정기도회 도중에도 낚시 생각이 문득문득 났다. 결국 그 생각대로 내 몸도 따라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지옥 갈 죄인된 나를 살리려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핏값을 지불하셨는데, 하나님 뜻 안에서 살지 못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 것이 죄악임을 깨달았다.
뱀이 아담과 하와에게 ‘동산 중앙의 실과를 먹으면 하나님같이 된다’고 유혹하자 그 즉시 실과가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탐스럽게 보였다. 하와는 숱한 날을 고민하고 마음을 바로잡았을 테지만 한 번 빼앗긴 마음은 기어코 실과를 먹게 했다.
모든 죄는 세속적 쾌락과 즐거움을 동반한다. 그래서 먹음직하고 보암직한 것이다. 먹음직하면 시간문제이지 결국은 먹게 된다. 그래서 악은 모든 모양이라도 버리라는 것이다(살전5:22).
은어 낚시를 교훈 삼아 내 신앙생활의 목표가 어디이고, 현재 내 마음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실 생각을 마음에 자꾸 담다 보면 그대로 실행해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짓는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더 적기에 현재의 순간순간이 귀하고 소중하다. 내 심령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내 남은 시간은 영혼의 때를 위해 집중해야겠다.
/윤웅찬 집사
13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3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