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우리 딸 성경 암송대회 도전기

등록날짜 [ 2017-08-22 15:13:00 ]

‘7월 맥추절 성경 암송대회에 출전할 어린이를 모집합니다.’

유아부 담임교사가 보낸 메시지였다. 다섯 살배기 딸에게 물어보았다.

“성경 암송대회에 출전하고 싶으니?”

“네, 엄마. 예루살렘성전에서 하나님께 영광 올려 드리고 싶어요!”

대답하는 아이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딸아이가 성경 한 장 암송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전 성도 앞에서 암송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나님께 의지해 암송 연습을 했다. 그런데 암송 과정이 어려울 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엄마, 음부가 뭐예요? 율법은 또 뭐예요?”

아직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아이에겐 성경 단어가 어렵기만 했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도록 성경 단어의 뜻을 손 율동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느리지만 성경 말씀을 한 절 한 절 외웠다.

그런데 장애물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잠’이었다. 암송 연습을 시작하면 눈꺼풀이 점점 내려오던 딸아이는 ‘픽’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다. 어느 날은 너무 졸렸는지 암송 도중에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이제 암송 그만할 거예요. 유아부 암송 연습도 안 갈 거예요! 엉엉”

지금껏 힘들다고 응석 부리면 엉덩이를 토닥토닥하며 달랬지만 안 되겠다 싶어 조곤조곤 얘기했다.

“암송하기 힘들지?” “네, 엄마. 나는 외우려고 하는데 자꾸 어려운 말이 나와서 힘들어요.”

“그래 맞아. 그런데 예수님은 힘들어도, 아파도 우리를 사랑하셔서 십자가 지고 골고다에 오르셨잖아. 졸린다고 피곤하다고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으시고 우리 죄를 씻어 주시려고 십자가에서 못 박히셨잖아.”

눈물이 가득 고인 아이의 두 눈이 동그래지더니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하람이도 성경 외우기 힘들지만, 예수님을 사랑하면 참을 수 있어. 하람이가 영광 돌리기를 원하셔서 예수님이 힘 주신대.”

아이는 어느새 기분이 좋아졌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엄마, 예수님이 내게 힘을 주신대요? 내가 예루살렘성전에서 암송하는 것 보고 싶으시대요?”

“그럼, 힘 주시고 보고 싶으셔서 기다리고 계시지. 이제 힘들다고 투정 부리지 않기야.”

“네, 엄마!”

울며 떼쓰던 아이가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 앞에 이내 눈물을 그치고 마음을 다잡았다.

드디어 5, 6세 유아부 어린이 8명이 본선 특별 무대에 섰다. 많은 성도 앞이라 긴장했지만, 성경을 또박또박 암송했다. 하나님께 영광 올리는 모습이 대견했다. 암송대회를 마치고 달려온 딸을 꼭 껴안고 말했다.

“하람아, 암송대회 나가니까 어땠어?”

“하나도 안 떨렸어요. 기쁘고 좋았어요.”

“천국도 그렇게 기쁘고 좋은 곳이야.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좁은 길을 따라 천국에 들어가면 이 땅에서 겪은 고통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예수님과 함께하는 기쁨만 가득할 거야. 꼭 기억해야 해.”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가끔 얘기한다.

“엄마, 천국은 좁은 길이지요?”

그렇다. 육신의 그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천국. 오직 예수 십자가 사랑을 힘입어 승리하리라.



/정주영 집사
76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4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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