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감사가 넘치면 그 어디나 천국 꽃방

등록날짜 [ 2017-10-17 14:30:03 ]

감사는 나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최고의 비결


인간관계에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남이 못 해 주는 것은 ‘당연’하고 남이 잘해 주는 것은 ‘기적’입니다. 기적을 먹고 살면 마음이 편합니다. 다른 이의 다정한 눈길 하나가 천만 금보다 값지고, 혹 누군가에게 서운한 일을 당해도 섭섭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매일 감사가 넘칩니다. 여기가 천국입니다. 내가 일하는 장소가 천국 꽃방으로 변합니다.

제가 행정원장으로 일하는 요양병원 가족들도 매일 새로운 기적을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처럼 섬기는 간병인들을 통해 ‘오늘’이라는 기적 같은 하루를 바라보고 모두가 모두를 껴안으며 살아갑니다. 비록 노환과 치매로 몸은 불편하지만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하루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 병원의 꽃이자 치매 환자인 ‘예쁜이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2년이 되었습니다. 아들, 딸, 손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밖에 나가면 길을 잃고 집을 찾을 수 없어서 우리 병원에 입원하여 치매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예쁜이 할머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밥을 먹고는 “아들딸 돌봐 줘야 한다”면서 버스 타러 가려고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립니다. 간병인들은 “아직 버스 올 시간이 아니니까 버스 오면 연락할 테니 다른 곳에서 놀고 있어요”라며 할머니를 데리고 갑니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입니다. 당신 자신이 치매로 병들고 늙어 가는데도 여전히 자식 걱정이 앞섭니다. 이제는 걱정 덜고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아직도 무언가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우리 어머니의 삶입니다.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들은 손톱에 빨간 매니큐어를 칠해 주면 무척 좋아합니다. 소녀 같은 웃음을 “까르르” 터트립니다. 얼굴에 팩을 해 주면 다음 날 화장도 해 달라고 하십니다. 육체는 늙어 어느덧 죽음을 바라보지만 마음만은 다 소녀입니다.

제 차례도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죽어도 천국에 가야 해요” 하신 담임목사님 설교 말씀이 생각납니다. “영원히 천국에서 살 것에 소망을 둔 성도들이 되어야 한다”는 담임목사님 당부에 “아멘”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추석을 앞둔 토요일과 주일에 많은 분이 병원을 방문해 요양 중인 어르신들과 연휴를 보내고자 집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며칠간이라도 가족과 오붓이 한집에서 지내다 오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한편으론 집안 추석 차례 지낼 때만 부모를 모시고 갔다가 데려오는 터라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병원 가족을 보면서 모든 일에 감사한다면 그 감사한 내 마음이 천국 꽃방입니다. 돌보아 주는 사람 없이 홀로 지내는 집보다 돌보아 주는 사람이 있고 여럿이 함께 지내는 병원을 내 집처럼 병원을 다시 찾은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습니다.

감사는 감사를 낳고 불평은 불평을 낳습니다. 우리가 감사하면 계속해서 감사거리를 끌어들이고 불평하면 계속 불평거리를 끌어들입니다. 감사는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행복 바이러스고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절대 가능한 일로 바꾸는 능력 코드입니다.

감사는 하나님께 입술로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고 최상의 예배입니다. 가을이 깊어 가는 이즈음 하나님께 모든 것을 감사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김세련 집사(19여전도회)
바오로요양병원 행정원장


 

위 글은 교회신문 <54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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