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귀여운 방해꾼들

등록날짜 [ 2017-11-01 08:26:57 ]

어린 세 자녀와 오전 8시 1부예배 참석
부산한 아이들 ‘신앙생활 방해꾼’ 같지만
‘예수님의 신부’ 관계 더욱 깊이 깨닫게 해


“여보, 이번 주일부터 1부예배 참석합시다.”

남편이 뜬금없이 말했다. 머뭇거리자 다시 한번 묻는다.

“하나님께서 1부예배 참석하라는 감동을 주지 않으셨어요?”

깜짝 놀랐다. 사실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오전 8시에 시작하는 1부예배에 참석해 은혜받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하지만 이른 아침에 아이 셋을 깨워서 교회 갈 채비를 하기란 그리 만만찮은 일이다. 어떻게 보면 1부예배 드리고 싶은 마음을 ‘포기당하고’ 있었다. 결국 “하나님이 주신 감동을 소멸하지 말라”는 남편의 한마디가 마음에 맴돌아 돌아오는 주일부터 1부예배를 꼭 드리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주일 아침, 평소와 달리 엄마의 분주한 손길에 잠을 깬 아이들은 교회 갈 준비를 하는 동안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드디어 1부예배를 드릴 수 있겠다’는 사모함으로 도착했다.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담임목사님이 성령의 감동에 따라 전해 주실 말씀이 기대돼서 설레기까지 했다.

그런데 설교 말씀이 시작되자 얌전하던 아이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졸려서 칭얼거리는 셋째를 안고 달래려니 둘째가 울먹이며 “나도 안아 주세요”라고 칭얼댔다. 첫째는 옆에 앉은 동갑내기와 금세 친구가 돼 장난감을 달그락달그락거렸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목사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통 귀담아 들을 수 없었다. 설교 말씀을 듣고 싶어 애쓸수록 아이들은 더 심하게 칭얼대고 그렇게 예배 시간은 끝이 났다.

산만한 아이들 때문에 은혜받기는커녕 혈기만 부린 것 같아 속이 상했다. 아이들이 내 신앙생활의 방해꾼 같아 상한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깊은 한숨과 함께 좌절이 찾아왔다. 그 순간, 청년 시절에 한 기도가 생각났다.

‘예수님, 때가 되어 결혼할지라도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만 살지 않게 해 주세요. 제가 언제나 예수님의 신부란 걸 잊지 않고 살기를 원합니다.’

예수님에게 기도드린 그때 그 시절의 진실한 마음이 생생히 기억나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저녁이 되면 유아부 율동팀인 다섯 살짜리 첫째는 요즘 특송 율동연습을 하느라 분주하다. 저녁밥을 먹을 때는 꾸벅꾸벅 졸다가도 율동연습 시간만 되면 벌떡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교회로 뛰어간다. “힘들지 않아?” 물으면 “힘들어도 연습 시간이 즐거워요” 한다. 딸아이가 그렇게 연습시간을 좋아하는 까닭은 예쁘고 사랑 많은 담당선생님이 함께해서다. 선생님이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도 선생님을 사랑하니까 힘든 것도 잊고 선생님을 만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힘들다고 투정부릴 만한데도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쏜살같이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신앙생활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예수님이 먼저 나를 사랑하시고 나 역시 예수님을 사랑할 때 모든 것을 넉넉히 이길 수 있는 것. 터울이 적은 아이 셋을 키우다 보면 ‘전투 육아’라는 말을 실감할 만큼 벅찰 때도 있다. 하지만 ‘예수님의 신부’라는 고귀한 신분을 잊지 않으며 오늘도 내일도 주님을 사랑함으로 승리하리라 다짐해 본다.




 
/정주영 집사
76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4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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