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1-03 15:10:40 ]
기도하며 환자에게 주사 놓으면 예수님이 치료하셔 호전될 때 많아
임종 앞둔 환자와 생활하며 살아 있음에 매일 감사하게 돼
오늘도 요양병원 중환자실 시계는 째깍째깍 분주히 돌아간다. 의식은 있으나 거동할 수 없는 안금이 할머니(86)는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있다. 식사는 콧줄로 하고 대소변은 기저귀에 본다. 우리 병원에 온 지는 10일가량 됐다. 두 달 전만 해도 걸어 다니고 대소변도 화장실에서 가릴 수 있었다고 한다. 쉰 살 넘은 할머니 아들이 곁에서 울고 있다. 내가 물었다.
“왜 울고 계세요?” “어머니를 이렇게 누워 계시게 한 불효자가 바로 접니다.”
두 달 전만 해도 안금이 할머니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집에서 지냈다. 아들이 어머니를 돌볼 틈이 나지 않자 요양원으로 옮겨 드린 것이 화근이었다. 안금이 할머니는 성격상 요양병원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했고,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녔다.
“요양병원을 몇 차례 옮기면서 저 지경이 되셨어요.” 아들은 자책하며 계속 운다. 우리 병원에 올 때는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다. 곧 돌아가실 분 같았다. 아들은 해외 출장을 7일간 다녀와야 한다며 “제가 없는 동안 잘 보살펴 주세요”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우리 병원에 효과 좋은 ‘예수 피 주사’가 있어요” “그게 뭐예요?” “예수님의 보혈을 믿고 기도하며 주사를 놔 드리는 것이에요.” “그래요? 어머니께도 ‘예수 피의 주사’를 맞게 해 주세요.”
우리 병원 의사가 기도하면서 안금이 할머니께 주사를 놔 주었다. 다행히 할머니는 곧 기력을 되찾았고 아들은 출장을 떠나면서 말했다. “7일 동안 ‘예수 피의 주사’를 계속 맞혀 주세요.”
안금이 할머니의 상태는 호전 중이다. 예수님 보혈의 능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 영혼과 몸의 주인은 예수님이다. 의술만 믿는 요즘 현대인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만, 그분께 기도하면서 주사를 놓으니 예수님이 치료해 주시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천국 소망을 심어 주고 싶어 임종 직전에 기도를 부탁하는 보호자도 종종 볼 수 있다. 김기천 할아버지 자녀가 그랬다. 대학 병원에서 “더는 해 줄 것이 없으니 요양 병원으로 가라”고 한 환자다. 부인은 천주교, 할아버지는 기독교라 했다.
“기도해 드릴까요?” “네, 해 주세요.”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아멘’ 하시자 가족들이 좋아했다.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온 지 한 달 무렵이었다. 주일이라 교회에서 기도하던 중에 할아버지가 임종했다는 문자가 왔다. 유가족들이 “할아버지에게 기도해 달라”는 전갈이 왔다. “임종이 끝났고 지금 교회에 있으니 어렵다”고 전했지만 “기도해 주셔야 장례식장으로 떠날 거니까 바쁘더라도 꼭 와서 기도해 달라”고 했다. 서둘러 갔더니 가족 모두 할아버지 시신 옆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예수 믿으셨으니 이제 그 영혼이 고통도, 슬픔도, 아픔도 없는 천국에 계실 것이라고 기도했다. 가족들은 “원장님, 너무 고맙다”고 했다. 연세중앙교회를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 장례 마치고 다시 오겠다며 장례식장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다시 교회로 왔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가족을 대할 때마다 임종자에게 기도해 주는 모습은 사회인들에게 모범으로 보여진다. 그럴 때 병원 종사자로서 긍지를 갖는다. 임종자와 함께하는 요양병원의 하루하루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날들이다.
/김세련 집사(18여전도회)
바오로요양병원 행정원장
위 글은 교회신문 <55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