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3-07 17:12:01 ]
타인 기준에 인정받으려 하기보다
죄인인 내가 하나님 사랑받았음을 깨달을 때
내면 치유되고 열등감 극복할 수 있어
각급 학교는 매년 2월 28일을 기점으로 학년이 바뀐다. 그 마지막 작업은 생활기록부 작성이다. 고등학교 1년 생활의 기록인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다 보면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친구 없던 아이에게 친구가 생겼고, 표정 없던 아이가 웃음꽃을 피웠다. 무엇을 할지 모르던 아이는 ‘꿈’이 생겼다.
담임 맡은 아이들의 긍정적 변화가 기쁘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고3’이라는 가장 힘든 마지막 고교시절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1년 후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울며 졸업한다. 대학진학이나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어 아이들의 학업 성적이 염려되지만,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의 내면 상태다. 겉보기엔 늘 웃고 밝은 아이들이 과연 속도 건강할까?
종업식 날, 3학년 반 배정을 받은 가영이(가명)가 울음을 터뜨렸다. 따로 불러 물으니 너무 싫은 친구와 한 반이 돼 3학년 생활을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자신도 그 친구를 미워하고 싶지 않지만, 그 친구와 비교하면서 생긴 열등감이 자기를 비참하게 한다며 고등학교 2년 내내 견디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늘 함께 어울려 다니며 동아리와 방과 후 활동까지 함께해온 사이였기에 가영이의 허심탄회한 고백에 당황했다. 먼저는 담임교사이면서 그 속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나 자신에게 속이 상했다. 이대로 3학년에 올려 보내면 너무나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 시간가량 대화를 깊이 있게 나눴다.
열등감을 느낀 부분은 두 가지였다. 외모와 학업 성적.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았고, 그 상처는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채 속으로 곪아 갔다. 가영에게 말해 주었다. 비교 대상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로 바꾸어야 하고, 무엇보다 ‘나’를 먼저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타인이 볼 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나’를 남과 비교해서 스스로 상처 주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 친구를 인정하고 사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워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작별 인사를 했다.
‘타인과 비교하기’는 끊임없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나’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교사인 나도 타인과 비교해 힘겹게 보낸 나날이 있었다. 겉으로는 늘 씩씩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설교 말씀을 듣고서야 외식과 가식에 가려 지내온 나를 발견했다. 회칠한 무덤같이 겉보기에는 친절하고 사랑 넘치는 모습도 결국은 나를 포장하려 한 알량한 자존심의 표현이었다.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으로 천국 갈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지옥 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정 예수님의 핏값으로 죄 사함받은 자라면, 먼저 하나님 앞에 설 때 ‘충성된 종’이라는 하나님의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이다.
자격 없는 내가 구원받아 살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 덕분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기에 나도 하나님을, 내가 맡은 영혼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러기에 자존심과 체면을 내세워 날마다 죄를 쌓을 것이 아니라 주님 한 분만을 진실하게 사랑하고 싶다. 다니엘이 하나님 앞에 뜻을 정해 순종했던 것처럼.
/전선하(고등부)
現 고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56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