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심은 대로 거두는 말의 능력

등록날짜 [ 2018-03-13 17:16:20 ]

발령 대기 시절, 불평할 때마다 안 좋은 일 경험해
말의 능력 깨닫고 감사의 말만 하기로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한 후 발령대기자 시절 얘기다. 일 년이나 기다려야 해서 기간제 교사나 시간강사 자리를 이리저리 찾아다녀야 했다.

다행히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 달 보름 만에 교감선생님이 갑자기 부르셨다. 신규교사가 부임하게 됐으니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사실 계약서로만 보자면 2달이 남지만 교감선생님께서 재계약하면 된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철석같이 믿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당장 생활비며 방값을 내야 하는데 정말 난감했다. 그 후 한 달 정도 일할 학교를 찾아다니는 동안 생전 받아보지 않던 카드대금 독촉 전화를 매일같이 받았다.

새로 출근한 학교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걸렸다. 교감선생님께서 “어쩌다가 이렇게 먼 학교로 오게 되었냐”며 걱정스레 물으셨다. 그 학교에서는 시간강사로 근무했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정식교사는 한 달에 한 번씩 휴가를 쓸 수 있는데 교사들이 쉬는 날 내가 대신 하루 수업을 했다. 문제는 휴가를 내기로 한 교사가 출근하겠다고 하면 그날 내 일은 없어진다. 어떤 날은 6학년을 가르쳤다가 어떤 날은 1학년을 가르친다. 수업하는 학년이 매일 다르고, 같은 학년이라도 진도가 제각각이어서 수업 준비가 쉽지 않았다. 수업 일정을 전날 알려 줘서 수업보다 준비에 시간이 더 걸릴 때도 있었다. ‘대체 선생님’이라고 무시하는 학생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출퇴근 시간이었다. 근무시간은 5시간 정도인데, 출퇴근 시간은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걷고 해서 4시간가량. 돈 없는 게 서럽기도 했고 참 심란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 “아, 일하기 싫다”라고 내뱉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교감선생님께서 “내일 쉬기로 하신 선생님이 출근하시기로 했으니 내일은 안 나와도 된다”고 했다. ‘이런, 안 되는데….’ 속으로 생각했지만 나오지 말라니 어쩔 수 없이 그다음 날은 쉴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아침에 몸을 일으키면서 “아, 가기 싫다”라고 말했다. 그날 오후 교감선생님께서 또 “내일은 안 와도 된다”고 했다. 일거리가 줄어드니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두세 번을 더 했을까. 너무나 신기하게도 내가 ‘힘들다’, ‘멀다’, ‘가기 싫다’고 불평을 내뱉을 때마다 학교에 못 갈 상황이 만들어졌다. 더는 내 입으로 불평불만을 내뱉을 수 없었다. 말하는 대로 현실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걸 체험하고 나서는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일어나기 싫어도 입을 안 열었으면 안 열었지 절대 입 밖으로 불평을 내뱉지 않았다. 혹시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스스로 뺨을 때리고 “정신 차려!” 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렇게 이 학교 저 학교 떠돌아다니면서 1년간 힘든 발령대기 생활을 하고 나서 한 시간 반 거리 학교에 정식 부임했다. 남들은 학교가 멀지 않느냐, 작은 학교라서 일이 많지 않으냐며 걱정했지만, 내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 학교에 정착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감사했다.

“그들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나의 삶을 가리켜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민14:28). 이 말씀들을 경험하게 해 주신 주님께 참 감사한다. 이런 경험이 없었으면 매사에 투덜거리며 부정적인 말로 내 삶을 도배했을지도 모른다. 요즘에도 힘든 일이 생겨 투덜거리고 싶을 때, 이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받은 은혜가 많아 내 인생 다하도록 감사의 말만 하기에도 부족한데 받은 은혜를 망각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날마다 감사의 말만 하기를 소망한다.


/강유림(고등부 교사)
現 초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56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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