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때를 놓치면 후회한다

등록날짜 [ 2018-03-23 13:39:44 ]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할머니 말씀에
영혼의 때 잘 준비하고 있나 돌아봐
여름에 겨울 양식 준비하는 개미처럼
다가올 영혼의 때 항상 준비하며 살아야


요즘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할머니를 찾아뵙고 식사를 차려 드리고 있다. 할머니 댁이 직장 근처라 거동이 불편해지신 할머니를 챙겨드리게 된 것이다. 할머니와 마주앉아 대화하다 보면 살면서 겪은 일들을 말씀해 주신다. 요즘은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할머니는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배움의 시기를 놓친 점을 무척 아쉬워하신다. 그래서일까.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의 할머니는 노란 불빛이 선명한 백열등 스탠드 아래에서 밤늦도록 책을 읽으셨다. 회한이 서린 할머니의 권면을 듣다가 문득 나를 돌아본다. 영혼의 때를 위해 후회 없이 준비하고 있나?

내가 예수님을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다. 노량진성전에서 우리 집까지 40~50분 걸렸다. 중학생에겐 꽤 먼 거리였지만 말씀을 사모해서인지 가깝게만 느껴졌다. 금요일에는 수업을 마치면 바로 교회로 갔다. 당시 금요철야 1부 예배는 저녁 8시에 시작했는데, 오후 4시쯤 도착했다. 성전에서 성경 읽고, 기도하고, 금요철야예배 1·2부를 연속 드리고, 철야기도까지 한 후 새벽녘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내 소원은 교회나 기도처가 집 근처에 있는 것이었다.

십수 년이 흐른 지금, 감사하게도 직장 근처에 우리 교회 기도처가 있다. 그런데 업무가 미처 끝나지 않아서 저녁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하는 저녁 기도회에 참가하지 못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 때문에’라며 나 자신을 합리화한다. 영혼의 때를 위한 더할 수 없는 귀한 기회를 놓쳤으면서도 업무를 우선순위로 두는 세상 사람의 지혜라는 것을 나도 모르게 따라 하는 것이다.

성경을 읽어 보면,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지혜는 세상 것과는 판이하다. 잠언 30장에는 ‘땅 위 지혜로운 것’을 예로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여름에 겨울 양식을 준비하는 개미다. 때를 알아 미리 준비하는 본능적 행동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지혜롭다고 하셨다. 에베소서 5장에서도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고 말씀하신다. 마태복음 25장 열 처녀 비유에서는 준비된 자와 준비하지 못한 자의 결과를 혼인잔치 참여 여부로 심판하신다. 지혜로운 개미처럼, 세월을 아끼는 자처럼, 슬기로운 다섯 처녀처럼 우리 자신에게 준 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도와 전도와 충성으로 영혼의 때를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3월은 새 출발의 달이다. 겨울 지나 봄이 오니 학교에선 새 학기가 시작된다. 직장에서도 새로운 사람과 만남이 열린다. 이렇듯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이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학교·직장·교회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마감을 맞이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육신의 삶이 끝나고 영혼의 때가 도래할 것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때’라는 단어는 ‘시기’뿐 아니라 ‘기회’라는 의미도 있다. 육신의 때는 내 영혼을 위한 놓칠 수 없는 귀한 기회다. 모든 것을 결산할 때 후회하지 않도록 ‘때’를 알고 준비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겠다.



/김선호
대학청년회 임원단
대학 교직원


위 글은 교회신문 <56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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