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5-23 16:07:44 ]
내게는 영화 속 ‘히어로’ 아닌
내 영혼과 가정·직장 지켜 줄 ‘성령 충만한 영적 히어로’ 필요
연애 드라마 보며 흐뭇해하기보다
작정기도로 하나님과 로맨스 집중해야
출근길에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며칠 후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되는데 함께 보겠냐는 내용이었다. 영화관은 어두컴컴하고 밀폐돼 좋아하지 않고 특히 액션이나 스릴러라면 질색하는지라 거절했다. 하지만 지인은 “이번 어벤져스 시리즈만큼은 꼭 봐야 한다”며 반 강제로 예매를 했다.
영화 관람 당일, 4DX(CJ그룹의 4D 영화 상영시스템의 브랜드 명칭) 상영관에 앉자마자 영화가 시작됐다. 3D안경을 쓰고 눈을 몇 번 씀벅거리자 의자가 서서히 움직였다. 양쪽 귀 옆에서는 바람이 칙 나오고 히어로(주인공)가 공격당할 때는 마치 안마의자에 앉은 것처럼 내 등을 두들겨 댔다. 또 물 튀기며 싸우는 장면에선 어디선가 물줄기가 날아와 내 얼굴에 찍 뿌려지는데…. 재미보단 당황스러움이 컸고 ‘과연 정제된 물인가’ 하는 찝찝함은 영화 상영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나는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애초에 비현실적인 애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싸움박질하는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았다고!”
어벤져스, 스파이더맨, 슈퍼맨, 본 시리즈 등등 액션 히어로 얘기는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좋아한다. 뛰어난 힘과 능력으로 지구 혹은 정의를 위협하는 악당에 맞서 싸우는 영웅들, 그들이 치열한 사투 끝에 지구와 정의를 지킨다는 게 공통적인 내용이다. 누군가는 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현실의 나는 힘 없고, 배경 없고, 돈도 없고, 능력도 없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은 잠시나마 승리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 대리만족을 여자들도 꽤 즐긴다. 밤 10시에 하는 드라마는 젊은 여자들과 여학생들이 선호하고, 아침 드라마는 나이 지긋한 중년 이후 여자들이 선호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대부분 연애 이야기에서 맥락이 비슷하다. 단지 아침 드라마는 젊고 예쁜 여자와 바람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주인공이 연하에 잘생기고 능력까지 갖춘 남자와 꿈같은 사랑을 이루고, 자기를 버린 남편은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내용이 많다. 저녁 드라마는 평범한 여자에게 반한 잘생긴 남자의 연애, 그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선 그리고 설렘을 보여 준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젊으나 늙으나 여자들의 로망이기에 드라마를 보며 괜히 흐뭇해한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고 드라마는 드라마다. 두부 같은 팔뚝에서 우주선을 파괴할 괴력이 솟아날 리 없고 잘생긴 남자가 절대 내게 반할 일은 없다. 우리는 좀 더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악당에게서 전 우주를 지키는 히어로가 아니라 내 가정, 내 직장을 지킬 성령이 충만한 영적 히어로다. 또 잠깐 사이에 식어 버릴 잘생긴 남자와 나누는 로맨스보다 창세 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으신 하나님과의 로맨스에 집중해야 한다.
이제 한 주 남은 ‘40일 그리고 10일 작정기도’에 마음을 쏟아 보자. 한 주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독생자라도 아낌없이 내어 주어 그 피 공로로 죄를 사해 주신 하나님과 열렬한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니까.
/김은혜 집사
80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7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