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어리석은 원숭이

등록날짜 [ 2018-06-01 13:14:52 ]

구멍 속 먹잇감 꽉 움켜쥔 채 손 못 빼 생포되는 원숭이처럼
세상 부귀와 명예 움켜쥐려다 천국 갈 기회 놓쳐서는 안 돼


‘원숭이 사냥법’이라는 것이 있다. 원숭이 사냥법을 사용한 실제 장면을 유튜브에서 봤다. 손이 겨우 들어갈 만한 구멍을 파고 그 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과일이나 견과류를 넣어 둔다. 촬영을 위해 구멍 안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본다. 호기심 많은 원숭이가 다가와 구멍에 손을 넣고 먹잇감을 움켜쥐고는 손을 빼지 못해 발버둥치다가 생포된다. 손을 펴면 살 수 있는데 한 줌의 먹이가 죽음으로 이끄는 덫이 됐다. 집착, 아집, 욕망이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세상 온갖 악한 행위와 멸망에서 돌아서겠다며 직장과 환경을 바꾼 지 적잖은 세월이 흘렀건만 실상은 과거의 올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함께 어울리며 경쟁했던 옛 직장 동료, 세상 친구와 쌓은 추억과 미련이 스멀스멀 올라와 회상에 젖곤 한다.

공공기관과 기업체에선 보통 1월 1일과 7월 1일을 기준으로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인사철이 돌아오면 인터넷 지방신문을 살피고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억 속 지인을 찾아낸다. 그러곤 ‘이 친구, 승진했네’, ‘옛날에 내 밑에 있었는데 꽤 높아졌구나’ 한다. ‘나도 계속 있었으면 이 정도 자리에 있었을 거고 지금보다 형편이 훨씬 좋았을 텐데’라며 그들과 비교하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다. 오랜만에 함께했던 동료를 만나거나 전화라도 한 날이면 그 옛날을 더욱 그리워하는 것이다.

20여 년 전, 특별히 아픈 곳은 없으나 일상이 힘겨울 정도로 쇠약해졌다. 동해안 최북단 작은 도시에 있는 유명한 한의원을 찾았다. 진찰을 마친 한의사는 지금 온몸의 기(氣)가 완전히 소진돼 태어났을 때 힘으로 버티고 있으니 앞으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마른 나무 부러지듯 한순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지금도 피곤을 많이 느끼고 힘들어 하지만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허랑방탕하게 건강 잃고 지옥 갈 수밖에 없었던 위기와 환경에서 건져내시고 인생의 고비마다 함께 하신 주님 은혜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죽도록 충성해도 부족할 뿐인데 개가 그 토하였던 것에 돌아가고, 돼지가 씻었다가 더러운 구덩이에 도로 누웠다(벧후2:22)는 말씀 같이 끊임없이 세상의 부귀와 안락을 바라보게 된다.

한줌의 먹이에 현혹돼 자신의 생명을 볼모로 내어준 원숭이와 육신의 소욕을 따르다 멸망하는 육체의 사람과 무엇이 다를까.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갈5:24).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에서 하나님과 아담이 마주보며 서로 손을 맞닿고 있듯, 내 눈은 하나님만 향하고 움켜쥔 손을 펼쳐 주님이 주시는 말씀으로 내 속에서 거룩한 씨가 싹 틔우고 열매 맺도록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

찬송가 511장을 주님께 올려드린다.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엎드려 비는 말 들으소서, 내 진정 소원이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더욱 사랑. 이전엔 세상 낙 기뻤어도 지금 내 기쁨은 오직 예수, 다만 내 비는 말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더욱 사랑. 이 세상 떠날 때 찬양하고 숨질 때 하는 말 이것 일세, 다만 내 비는 말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더욱 사랑.’



/윤웅찬 집사
1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7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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