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마흔, 인생 2막의 꿈은 ‘천국’

등록날짜 [ 2018-07-12 11:50:51 ]

저마다 ‘꿈’을 가지고 인생 계획하지만
여전히 모든 것 불안하고 확신 없는 시대
‘천국의 꿈’ 확실히 가지고 살아갈 때만
흔들리지 않는 신앙생활 유지할 수 있어


누구나 어릴 적부터 꿈꾸던 삶이 있다.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할지라도 당시에는 생각만 해도 설레고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 그 삶들이 요즘 문득문득 떠올라 잠시 추억을 더듬는다.

‘복성호’. 거제도에 살던 우리 가족의 자가용 배 이름이다. 아버지가 늘 타고 다니시며 굴 양식장 일을 보고, 다른 식구는 통영 시장에 장 보러 다닐 때 탔다.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갈 때, 복날에 누렁이 팔러 갈 때도 복성호를 타고 다녔다. 나는 이 복성호가 무척 자랑스러웠다. 우리 섬에서는 제법 빠르고 큰 편이어서 바다를 가로지르며 달릴 때마다 어깨가 으쓱했다. ‘동네 사람들아, 보고 있나?’ 크게 외치고 ‘하하하’ 웃고 싶은 걸 꾹 참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는 섬에서 사는 게 갑갑했다. 부둣가에 걸터앉아 한숨 쉬거나 밤늦게까지 라디오에 귀 기울이고, 세계지도를 보며 마음을 달랬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복성호보다 더 큰 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모험하는 꿈을 꾸었다.

‘어쩌면 태평양 한가운데서 태풍과 사투를 벌이겠지? 잔잔한 바다를 달리다가 돌고래 떼를 만날지도 몰라. 수평선에서 피어오르는 하얗고 커다란 뭉게구름은 또 얼마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몸 아픈 엄마를 지켜보는 것도, 읍내에서 거나하게 한잔하시고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도 견딜 만했었다.

복성호 타고 으스대던 거제도 소녀가 이젠 마흔을 앞둔 애 둘 딸린 아줌마가 됐고, 인생이 뭔지 내 삶을 진지하게 고민할 연배가 됐다. 인생의 연수가 80세라고 할 때 내 인생은 이제 반 남았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에게도 눈이 갔다.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자 외국 이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구로구 초·중·고가 ‘혁신학교’로 지정됐다며 이사를 계획하는 이, 또 휴가 성수기가 오기 전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도 꽤 있다. 저마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조바심이 났다. 괜히 외국 한 번 다녀오지 않으면 내 아이가 어디 가서 위축될 것 같고, 뉴스를 보면 ‘이 나라를 뜨는 게 답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영어 공부를 다시 해 볼까? 미용 기술이라도 배워 봐? 아니야, 미국은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는데 영농후계자 수업을 들어?’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도 ‘아이코 부질없다. 자식들 데리고 신앙생활 잘하다가 꼭 천국 가야지’라고 결론짓는다.

사실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은 모두 불안함에서 온다. 우리나라 안보가 불안하고 교육이 불안하고 경제가 불안하고 무엇보다 내가 요즘 기도 안 해서 더 불안하다.

인생살이에 불가항력이 많다 해도 우리는 각자의 의지가 담긴 삶을 산다. 많은 사람이 SNS에 올려놓은 사진처럼 누군가는 멋지고 아름다운 외모에 삶의 의지를 담고, 또 누군가는 인생을 즐기는 것에, 또 누군가는 돈 혹은 자식 공부에 의지를 담는다.

그러나 나는 기도하려는 의지, 감사하려는 의지, 온전한 예배를 드리고 싶은 의지를 삶에 담고 싶다. 그러면 어떤 상황이 와도 들썩거리지 않고 불안하지도 않겠지. 자, 그럼 결정했다. 마흔부터 내가 꿈꾸는 삶은 천국 가는 것으로!



/김은혜 집사
80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8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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