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9-10 11:28:25 ]
학교 제자들 자기소개서 첨삭해 주며
예수님 앞에 설 내 모습 돌아보게 돼
올해 임명받은 교사 직분 남은 3개월
주님 기쁘시도록 후회 없이 충성할 것
한여름 무더위가 지나고 나니 어느새 하늘이 높아졌다. 높아진 하늘만큼 올 한 해가 벌써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당장 다음 주 월요일이면 고3 학년의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이를 위해 나는 한 달 전부터 제자들의 자기소개서 첨삭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고민이던 글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틀이 잡히고, 완성도 있는 자기소개서로 변했다. 많게는 첨삭을 18번 해 준 학생도 있다. 처음부터 내가 써 주면 편했겠지만, 고등학교 3년간의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찾는 일을 내가 대신해주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따라서 학생과 함께 생활기록부에서 글 소재를 찾고, 동아리 보고서나 교내 활동을 되새기며 항목별 요소를 정했다. 비록 ‘자소설’로 폄하되는 자기소개서지만 실제 활동을 중심으로 그 학생 특색을 보여 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렇기에 완성된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직도 학생은 남은 시일 동안 몇 번이나 한 문장이라도 더 다듬으려 할 것이고, 나는 19번이든 20번이든 다시 그 글이 완성되는 데 도움을 주려 노력할 것이다.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하면서, 새삼스레 나는 주님 앞에 어떠한 자기소개서를 보여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자 지금의 내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말, 교회학교 교사 직분을 받았을 때 임명장에 쓰인 “죽도록 충성하라”(계2:10)는 말씀처럼 나는 정말 죽도록 충성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였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범위 안에서 직분을 감당하고 있었다. 충성할 자를 찾으실 때 내 스케줄을 먼저 떠올렸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하겠다’는 속내로 손을 들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삶의 우선순위가 예수님이길 소원한다던 기도 제목은, 바뀐 우선순위에 무색해졌다. 주님의 도움이 간절할 때, 주님도 “너는 나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하시면 나는 과연 무어라 답해야 할까.
그러니 “남은 3개월이 지나간 9개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등부 1학년 교사팀을 다독이던 팀장님의 말씀은 새로운 도전이 됐다. ‘그동안 출석 체크만 하는 교사로 고등부에서 묵은 암탉처럼 행동했구나….’
겉으로 보이는 데만 열심히 했을 뿐, 내 안에 생명이 없음을 깨닫고 그날 정말 통곡하며 회개했다. 생명 없는 자가 생명을 외치고 있으니 생명이 전달될 리 만무하지 않은가.
주님을 만나면 ‘내가 주님께 기쁨이 되는 충성된 종이었나요?’라고 늘 묻고 싶었는데, 실상 나는 늘 주님의 근심과 걱정이 되는 악하고 게으른 종이었다. 충성의 상급도 이 땅에서 내가 칭찬받고 차지해서 천국에는 아무것도 없는 무익한 종! 하지만 이제라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시니 감사하다.
“시험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는 담임목사님의 외침에 경각심을 가지고, 주님 만나면 부끄럽지 않은 종이 되고 싶다. 때가 악한 이때 세월을 아껴 살라(엡5:16)는 주님 말씀에 순종하며 이제는 모든 것에 “예!” 하는 유익한 자로서 말이다.
/전선하 교사(고등부)
現 고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59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