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천국 갈 이삿짐 다 싸셨나요?

등록날짜 [ 2018-10-10 17:00:15 ]

타지생활 오래 하며 이사할 때마다
필요한 것과 버릴 것 고민하게 돼
영적생활도 무엇에 참관심을 두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잘 분별해야
천국 ‘이사’가는 날 준비할 수 있어

타지생활 10년이 넘어 가는 올해, 또 한 번 이사하게 됐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어린 시절에는 별로 이사한 기억이 없다. 이사하더라도 어린 내게 달라진 것이라곤 ‘집’이라는 장소뿐,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이사를 생각하면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쑤시는 피곤이 몰려온다. 비단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평소 한 번도 꺼내 보지 않은 짐이 왜 그리 많은지….

‘지난번 이사한 후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 같은데, 이참에 정리하고 버릴까?’

‘아니지, 그래도 가져가면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거야.’

이처럼 이사 때마다 고민한다. 내가 가진 짐을 다 가져갈지, 이번 집에서는 과연 얼마나 머물지….

한 번은 몇 개월 지낼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때는 이삿짐을 한군데 쌓아 두고 필요한 옷가지와 물건만 그때그때 꺼내서 사용했다. 짐도 필요한 만큼만 정리하고, 방도 꾸미지 않았을뿐더러 잡다한 물건도 더는 사지 않았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고 생활하려 했다. 당장 필요하다고 여겨 사더라도 지나고 보면 ‘욕심이었구나’ 깨달은 소비를 적잖이 경험해 봤기에 특히 잠시 지낼 곳에서는 구매를 더욱 자제하며 지내려 했다. 그렇게 지내면서도 별로 불편함을 못 느꼈다. 그때 깨달은 것은 ‘내가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느냐’가 아니라 ‘이미 무얼 가졌고, 얼마나 만족하며 감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에 달린 것이다.

이사할 때마다 짐을 싸고 정리하는 일은 늘 번거롭다. 그러나 가끔은 필요한 이벤트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이사를 계기로 정말 가치 있고 필요한 것과 버릴 것을 고민하며 정리하게 되니 말이다.

이는 육신의 삶뿐 아니라 내 영적생활에도 중요하게 적용된다. 날마다 하는 신앙생활이라고 타성에 젖어 정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습관처럼 행동하면서 버리지 못하고 마음 한편에 쑤셔 놓은 더러운 것은 무엇인지 분별하지 못하고 지낸다면, 주님 맞이할 신부 단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영원(永遠)한 시간 속에 70~80년 남짓 되는 짧은 인생을 생각해 볼 때, 과연 나의 최종 거처를 어디로 삼느냐에 따라 삶의 태도가 바뀌게 될 것이다. 내 모든 소유를 육신의 때라는 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다 풀어 놓고 살 것인가. 아니면 나의 신랑이신 주님이 부르실 그때 천국을 향하도록 모든 것을 뒤로하고 언제든 기쁘게 떠날 준비를 하며 살 것인가. 또 잠시 있을 이 육신의 때에 부와 명예, 욕심과 사치로 단장할 것인가. 아니면 정말 영원한 영혼의 때를 위하여 거룩한 단장으로 채울 것인가.
이제 정말 주님은 곧 오신다. 주를 향한 옳은 행실의 세마포만을 준비하고, 기도로 성령 충만하여 세상에서 나를 붙들고 있는 사슬이 무엇인지 끊고, 언제 주님 나라로 이사할지 모르니 그때를 준비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정지인
교회학교 교사 / 現 치과의사

 

위 글은 교회신문 <59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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