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소리’를 선물로 주신 하나님

등록날짜 [ 2018-11-03 11:52:39 ]

 2012년 겨울, 학과에서 ‘강원도 정선-방언답사’에 참여할 것을 제안받았다. 당시 나는 국어교육과에서 첫 1년을 마친 새내기였다. 많은 대학생이 그러하듯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쳤다. 대학에 왔으면 그래도 답사는 한번 갔다 오고 제대로 된 연구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타오르는 열정을 가지고 약간의 망설임은 떨쳐 버린 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긴 시간 준비를 마치고 2013년 여름, 정선으로 떠났다.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정선은 그림 같다는 말이 부족하지 않았다.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 입은 것이 꽃 하나만도 못하다는 말씀이 절로 떠오를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풍경보다 나를 더욱 매료시킨 것은 정선 사투리였다. 솔직히 사투리라고 해도 표준어와 큰 차이가 없을 듯싶었지만 이는 나의 단순한 생각이었다. 높은 산속에서 다른 지역과 고립되다시피 정선의 토박이로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말 속에는 조금 희미해지긴 했어도, 사라지지 않은 정선만의 사투리가 있었다. 그중 내가 흥미롭게 들었던 특징을 몇 가지만 간단하게 소개하려 한다.
우리말에는 단모음이 10개 있다. ‘ㅣ, ㅔ, ㅐ, ㅟ, ㅚ, ㅡ, ㅓ, ㅏ, ㅜ, ㅗ’. 하지만 표준어의 기준이 되는 현대 서울말에서 실제로 발음되는 단모음은 ‘ㅣ, ㅐ, ㅡ, ㅓ, ㅏ, ㅜ, ㅗ’ 이렇게 7개다. 물론 나머지 3개도 ‘귀, 뇌, 게’ 등 문자로 사용되기는 한다. 하지만 ‘ㅟ’는 단모음이 아닌 ‘ㅜ’와 ‘ㅣ’의 결합으로 된 이중모음으로 나타난다. ‘ㅚ’는 특이하게도 ‘ㅗ’와 ‘ㅐ’의 결합, 즉 ‘ㅙ’와 같은 소리가 나며, ‘ㅔ’는 이제 ‘ㅐ’와 구분되지 않고 같은 소리로 나타난다. 흔히 자신의 물건은 ‘내 것’, 타인의 물건은 ‘네 것’이라고 하는데 발음상으로는 같은 것이다.
정선에는 이러한 단모음이 여전히 남아 있다. 솔직히 따라 하기 어렵지만 모든 단모음을 구분해서 발음하고 있으며 어렵지 않게 발음하고 있다. 같은 참외를 부를 때도 어르신들의 발음은 참으로 신기하게 들려오곤 했다. 이 ‘ㅚ’가 어떤 발음인지 궁금하다면 ‘ㅐ’를 발음하되 입을 동그랗게 모아서 발음해 보면 비슷하게 소리를 낼 수 있다.
또 우리가 보지도 못했던 모음을 사용하기도 한다. ‘식’은 ‘함께 밥을 먹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해 떠놓는 밥’이란 단어다. 이 단어는 조금 더 발음하기 힘든데, ‘ㅣ’발음 다음에 앞에서 말한 단모음 ‘ㅚ’를 빠르게 발음하면 된다. 이와 별개로, 딱 한 번 들었던 소리지만 ‘ㄹ’을 전동음으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었다. 쉽게 말해서 떨어서 내는 소리인데 우리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윤석전 담임목사님이 설교 말씀 중 이런 소리를 한 번 내신 적 있어서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이런 정선 사투리 특성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표준어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말의 독특한 개성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말의 소리를 살펴보면 참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그저 듣기만 하고 이 모든 발음을 배운다. 사람들이 대화할 때, 그 말소리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발음하기 어려운 이유는 어렸을 때 배우지 못한 발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수많은 소리를 낼 수 있게 하신 하나님의 능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가 마음껏 찬양하고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것도 그럴 수 있게 만드셨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나님께서 찬양받기 위해 우리를 지으셨다는 말씀을 새로이 떠올려 본다. 우리를 지으시고 마음껏 찬양과 감사의 소리를 낼 수 있게 하신 주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린다. 


/ 임현재(풍성한청년회 11부) 건설업 근무

위 글은 교회신문 <59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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