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고래 주변에는 술꾼이 모이고 노름꾼 곁에는 도박꾼이 모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시골이라면 대도시처럼 문화, 예술 등 여가활동 기반이 갖춰지지 않고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 적어서 자기 관리 못 하면 선후배, 놀기 좋아하는 친구, 동료와 주야장천 마시고 놀기 바쁘다.

이 분야에서 선도적 자질로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던 나는 술과 세상의 온갖 더러움에 절어 지냈다. 공무원 동료들에게 “너는 좋겠다. 한 주 내내 술 먹고 놀다가 교회 한번 가서 회개하면 다 해결되니 말이다”라는 농담과 비아냥을 듣곤 했다.

하루는 동료 모친이 상을 당했다. 시골에서는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워줘야 제대로 조문한 것이고 상주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듣는다. 상주가 학교 선배이자 직장 동료였기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낮부터 장례식장을 찾았다.

멀쩡한 정신으로 긴긴 시간을 보낼 순 없다. 당연히 술과 고스톱이 함께했다. 한창 신나게 놀고 있는데 누군가 오더니 “너희 교회 목사님이 저쪽 방으로 오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상주가 교회 다니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목사님이 조문 오실 리 없다며 하던 짓을 계속했다. 그런데 선배 부인이 간혹 교회에 나왔다는 사실을 순간 떠올리며 ‘아! 이를 어쩐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목사님이 더 무서웠다. ‘앞으로 목사님을 어떻게 뵌다는 말인가!’ 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었던 나는 더한 죄악을 스스럼없이 저질렀다.

사유종시(事有終始)라 했던가. 계속된 음주로 건강에 이상이 오고 있음을, 죽음과 지옥이 내 앞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의 변화가 필요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조그만 시골의 인맥과 환경이라는 올무에서 벗어나고자 ‘철밥통’ 직장을 내려놨다. 그리곤 친족을 통해 알게 된 연세중앙교회에 입성했다.

숱한 날을 세상과 벗하며 살아온 내가 생활근거지를 옮겼다고, 성령 충만한 교회에 출석한다고 저절로 죄에서 멀어지겠는가? 세상에 무슨 교회가 설교를 1시간 넘게 하고, 생전 듣지 못한 귀신을 쫓아낸다고 하고, 툭하면 무슨 성회에 참석하라고 한다. 충성하고 전도해야 한다며 남전도회장이라는 사람은 잔소리를 쉬지 않는다. 적응이 되질 않았다.

곶감 빼먹듯 퇴직금도 바닥을 드러냈다. 일을 해야만 했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니 단순 업무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한겨울에 종합병원 주차안내원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영하의 날씨에서 일했다.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맞았고 차가운 비가 내리면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 난생처음 가장 낮아진 모습으로 살았다. 세상에 모든 사람이 나보다 잘났고 ‘갑’으로 사는 것 같았다. 육신이 힘드니 옛 습성대로 이곳 동료와 술자리도 같이했다. ‘철밥통을 그만둔 건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반성과 후회 속에 다시금 생활을 정리하고 어렵게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시루에 콩 넣고 물주면 물이 밑으로 다 빠지건만, 그래도 콩은 싹을 내고 콩나물로 자라 훌륭한 먹거리로 변한다. 나 또한 서서히 주님 앞으로 가고 있었다. 주님은 달력의 빨간 날에 근무하지 않고 비바람도 맞지 않는 새로운 직장을 주셨다. 시골 생활이 회상될 때가 있다. ‘계속 근무했더라면 지금보다 경제적 여유도 있고 자존심도 덜 상했을 텐데….’ 그러다가 ‘계속 시골에 있었더라면 지금쯤 지옥에 있겠지?’ 하며 돌이킨다. 주님은 삶의 고비마다 함께하셨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며 생명으로 인도해 주셨다.

지금은 내가 회원들에게 예배 늦지 말라고, 전도하고 충성하라고 잔소리하는 남전도회장으로 회원들을 섬기고 있다. 할렐루야! 주님, 감사합니다. 찬양 드립니다.

/윤웅찬 집사
1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0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