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기도는 내 영혼의 호흡’이라 말해놓고…

등록날짜 [ 2019-04-11 16:07:12 ]

신혼 분주함에 담임교사 기도 분량 줄자
우리 반 아이들 영적상태도 저절로 침체
하나님은 믿음의 가정 이루게 해주셨는데
잠시 주님 등한시한 내 모습 눈물로 회개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인생 변곡점이 세 번 있었다. 첫째는 대학 입학, 둘째는 우리 교회에 와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일, 셋째는 올 초에 한 결혼. 배우자를 놓고 늘 기도를 했었지만, 결혼은 뜬구름이나 실체 없는 허상(虛像)처럼 여겼기에, 신혼생활은 더 큰 변화로 다가왔다.


자매라면 누구나 결혼생활을 상상해 봤을 텐데, 내가 그려본 결혼생활은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을 위해 아침상을 차리고, 함께 식사한 후, 오붓하게 출근하는 것이었다. 평소 아침밥을 거르지 않았기에 식사 준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혼밥’할 때는 김치에 계란 프라이만 있어도 충분했는데, 남편과 둘이 먹을 때는 밥과 국 외에도 다양한 반찬으로 구색을 갖춰야 했다. 남편을 위해 하는 음식 준비가 기뻤기에 아침잠이 줄어도 힘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빠듯했다. 퇴근하면 저녁 식사와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느라 시간을 많이 써야 했다. 장 보고, 음식 장만하고, 청소와 빨래를 하면 순식간에 2~3시간이 지나갔다. 신혼집이 교회와 20~30분 거리다 보니 오가는 시간도 만만찮아 기도 분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금요철야 기도시간에 만난 우리 반 학생들의 영적 상태를 보니, 담임교사의 기도 분량이 줄어든 결과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부르짖어 기도하던 학생이 자리에 앉아만 있는 모습은 내 영적 상태를 보는 것 같이 가슴이 철렁했다. ‘내 영이 부르짖어 기도하지 못하고, 자리만 채우고 있구나.’ ‘기도는 내 영혼의 호흡’이라고 공과시간마다 학생들에게 당부했는데, 내 영이 호흡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에 주님이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그날 정말 눈물을 펑펑 흘리며 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만 크게 보느라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잠시 등한시하던 내 모습은 예수님을 부인하던 가야바 바깥뜰의 베드로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머리로만 믿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드릴 수 있는 믿음이야말로 지금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땅에서 남편과 살 연수(年數)는 많아야 50~60년. 그 인생 동안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함께해 주실 주님을 무시하는 죄를 저지르고 싶지 않다.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 믿음의 가정을 꾸리게 하신 것은 주님 뜻을 이루고자 함이니, 주님이 언제든 들어 쓸 수 있도록 준비된 일꾼이 되고 싶다. 기도하여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기도로 영혼 살릴 영력을 주실 것이기에 주어진 오늘 하루도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무리하는 기도의 사람이 되고 싶다.



/전선하 교사(고등부)
現 고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61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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