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9-05-14 17:09:31 ]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세월 3/4을 허비
어둠 뚫고 나오는 ‘모소 대나무’처럼
새벽예배를 신앙지표 중 하나로 삼고
세월을 아껴 낮은 곳에 나를 세울 것
오래 전, 건강에 이상을 느껴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모든 기(氣)가 고갈돼 있으니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모든 예배를 철저히 드리지 못했다. 굳이 변명하자면 체력 소진에 무기력이 심했다. 한의사 말처럼 육신의 모든 에너지가 바닥났었다. 주일 2부예배를 마치면 남전도회 모임도 참석하지 못하고 집에서 잠시 쉬다 예배드리러 오거나 피곤을 이유로 각종 예배를 빠지곤 했다. 주님을 만나기 전까지 오랜 기간 음주로 인해 건강이 많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종교인처럼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기도 제목 중 하나는 ‘모든 예배를 빠지지 않고 드리는 것’이었다. 예배를 잘 드려 영적으로 살고 싶어 하나님께 간절히 구했다. 그러다 3년 전, 예상치 못하게 남전도회장에 임명받았다. 당혹감과 암담함이 앞선 가운데 ‘억지춘향’으로 직분을 수행하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 내 기도가 이렇게 이뤄졌구나!’ 직분이 사람을 만든다고 내가 모든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덕분에 직장에서는 ‘신데렐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정각 6시 칼퇴근한다는 이유였다.
최근 몇 주째 새벽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게 뭐 대단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수면이 1시간만 부족해도 온종일 비몽사몽하고 속이 메슥거리는 등 ‘저질 체력’인 나로서는 그저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잠자리에 들기 전 기도하고, 일어나면 “성령 하나님, 오늘은 내 육신의 남은 날 중에 가장 젊은 날입니다. 가장 젊은 시간을 주님께 드립니다” 하며 몸을 일으켜 성전으로 향한다. 이부자리를 거뜬히 박차고 나선다. 거동할 수 있는 한 새벽예배 드리기를 신앙지표의 하나로 삼고자 한다.
중국 극동 지방에 ‘모소 대나무’라는 것이 자란다. 이 대나무는 씨앗을 뿌린 후 4년까지 싹이 나오지 않고 5년 차에 이르러 싹을 틔운다. 이때부터 하루 30cm씩 성장하고 6~7주 만에 15m가 된다. 오랜 기간 어두운 땅속에서 뿌리내림을 계속하면서 뿌리에 자양분을 축적했다가 햇볕을 만나는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성경에 인생의 연한을 칠팔십 년(시90:10)이라 했는데,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세월 4분의 3을 허비하다 예수를 만났다. 참으로 억울하고 통탄할 일이지만 돌이킬 수 없다. 남은 4분의 1은 어둠을 뚫고 나오는 모소 대나무처럼 살아야겠다. 얼마 전부터 출퇴근할 때 배낭에 전도용 명함, 사탕 등을 넣고 다니며 기회 닿는 대로 전도하고 있다. 세월을 아껴 충성하고 섬김의 낮은 곳에 나를 세워야겠다. 영혼의 때에 “착하고 충성된 종아, 수고했다!”고 하실 그 음성을 기다리며….
/윤웅찬 집사
1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2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