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주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등록날짜 [ 2019-08-05 21:08:14 ]

반 아이들 다툴 때 이유 물어보면 서로 ‘네 탓’
예수 믿는 이들도 신앙생활에 그럴듯한 핑계
상황 탓, 환경 탓, 사람 탓은 이제 그만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종종 부딪히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아이들끼리 다투면 매번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다. 여름방학식 전날이었다. 매일같이 보던 아이들을 한동안 못 볼테니, 훈계보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착한(?) 교사로 학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동안 아이들도 학교생활 하느라 고생했는데 마지막은 웃으며 보내주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6교시를 마친 후 다 같이 인사하고 헤어지려는 찰라, 맨 앞에 앉은 남학생 둘이 말다툼을 했다. 차츰 오가는 언성이 높아지다 한 학생이 분을 못 참고 자기 물건을 손으로 “쾅” 하고 부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욕심이었나?’ 허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두 학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를 탓했다. 자기는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 상대방이 화를 냈다고 하고, 다른 쪽은 상대방이 먼저 시비조로 비꼬듯이 말해 화가 났다는 것이다. “내 잘못은 없다”라는 항상 듣는 레퍼토리였다. 상대방이 먼저 때려서, 먼저 욕해서, 먼저 장난쳐서. 남 탓 하며 자기 잘못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듯했다. 자기를 보호하고 혼 좀 덜 나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신앙인으로서 죄를 합리화하는 마귀 역사에 속고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죄를 조금이라도 모면해 보려는 인간의 이런 특성은 첫 사람 아담과 하와 때부터 보이는 듯하다. 죄를 지은 아담은 “왜 먹지 말라 한 실과를 먹었느냐?”라는 하나님의 물음에 ‘잘못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했습니다’라고 자기 죄를 인정한 게 아니라 “하나님이 만든 하와가 먹으라고 해서 먹었습니다”라며 죄의 책임을 전가(轉嫁)했다. ‘하와가 없었다면 제가 죄를 지었겠습니까?’라며 죄의 원인을 자기 아내와 하나님에게 돌린 것이다. 하와 역시 하나님과 뱀에게 자신의 잘못을 전가했다.


나는 교실 앞에 불려 나와서도 서로 탓하는 아이들에게 반문했다. “너는 상대방이 비꼬듯이 말할 때마다 화내겠네?” “너는 상대방이 화내면서 말하면 무조건 같이 화내겠네?” 그러자 둘 다 입을 꾹 다물었다. 핑계를 댔다는 것을 자신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예수 믿는 이들도 신앙생활에 열정을 쏟지 못하는, 들으면 이해될 만한 핑계들이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이유를 붙여 가며 죄를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부터 돌아보았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죄를 숨기고 합리화하며 넘어가지 말고 자신 앞에 내놓으라 하셨다. 죄인인 우리 대신 자신이 십자가에 피 흘려 주었으니 내게 죄를 내놓고 깨끗해지라고 말씀하셨다. 더는 상황 탓, 환경 탓, 사람 탓 하며 죄를 합리화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주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강혜민(풍성한청년회 임원단)

現 초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63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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