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삶의 결실 돌아보는 가을이었으면…

등록날짜 [ 2019-09-30 18:20:20 ]

겉으론 청년 시절보다 주님께 더 많은 것을
드리고 더 많이 충성하는 듯하지만
그 시절 순수함과 진실함에는 이르지 못해
생의 끝자락에 있는 결실이 무엇일지…


고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전도받아 신앙생활에 첫발을 디뎠다. 집 근처에 교회가 있어서 등·하굣 길마다 들러 기도했고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이면 성경을 읽었다. 담임목사님의 은혜로운 설교 말씀 과 교사들의 가르침이 스펀지에 물 스미듯 나를 적셨고 구원받은 기쁨이 넘쳤다.


하루는 사정상 주일 저녁예배를 드릴 수 없었 다. 낮예배를 드리면서도 주님께 죄송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저녁예배에 참석하지 못하 는 대신 예배당을 청소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님 께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 보려는 생각 이었다.


당시 교회와 사택이 붙어 있었는데 예배당 창 문을 열면 사택 마당이 보였다. 교인들이 모두 나 간 후 청소를 시작했다. 혹시 목사님이나 교인이 볼까 봐 사택 쪽 창문을 닫고 반대편만 열었다. 청 소하면서도 주님께 죄송한 한편 깨끗해지는 예배 당을 보며 충성하는 기쁨이 넘쳤다. 감사하는 마 음으로 순수하게 주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했다는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시간이 흘러 직장을 따라 타지에서 하숙했다. 금요철야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는데 몹 시 추웠다.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그런데 길거리 에 청년 하나가 술에 취해 잠들어 있어, 그냥 놔 두면 얼어 죽을 수 있겠다 싶어 나보다 덩치 큰 청 년을 끌다시피 해 하숙방으로 옮겼다. 청년은 속 이 들볶이는지 밤새 발길질을 해 댔고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녘에 잠깐 눈을 붙였다가 깨 어 보니 청년은 사라지고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잊히지 않는 일들이 있 다. 내가 이 땅의 삶을 마치고 천국에 입성하면 최 소한 이 두 가지는 주님께서 기억해 주시리라 믿 는다. 주님을 향한 진솔한 사랑에서 한 일이기 때 문이다.


현재로 돌아와 보면, 겉으로는 청년 시절보다 더 많은 것을 주님께 드리고 더 많이 충성하는 듯 하지만 청년 시절 주님께 드렸던 순수하고 진실한 충성과 감사에 이르지 못한다. 내 심령이 그만큼 주님을 벗어나 있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뇨…그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 구하였느뇨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사1:11~12).


이사야서 말씀은 하나님께서 주신 구원의 은혜 를 가벼이 여기고 외식과 가증으로 멸망의 경계 에 서 있는 내게 속히 첫사랑을 회복해 돌아오라 는 주님의 말씀으로 들려온다.


얼마 전, 원로 방송인이 토크쇼에서 한 말이 기 억난다. 기차 여행을 해 보면 젊었을 때는 창밖의 자연풍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중년이 되어서는 잘 지어 놓은 집이 보이더니 노년이 된 지금은 무덤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한정된 육신이 끝나면 누구도 예외 없이 하나님 앞에 설 것이다. 주님께서 내게 보여 주실 상급의 열매는 무엇일까. 결실의 계절이 다. 결실은 생의 끝자락에 있다. 유한한 우리네 삶 의 결실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가을이었으면 한다.



/윤웅찬 집사
1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4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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