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사실 혼나야 할 사람은 나인데…

등록날짜 [ 2019-11-18 13:39:55 ]

올 초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명워킹맘이다. 주일에는 세 살배기 아들과 자모실에서 TV 화면으로 예배드리다 최근 대성전 맨 위층에서 예배를 드린다. 성전 맨 뒷자리라 멀지만, 그래도 담임목사님을 직접 내 눈으로 보며 아이와 함께 예배드리는 것이 큰 기쁨이다.


아들은 영상으로만 보던 담임목사님을 직접 보니 신기했는지 석 주 정도는 조용히 예배를 드렸다. 말소리도 줄여 소곤소곤 말하고 투정도 크게 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다음 주부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이쪽저쪽 움직이더니 급기야 잠투정을 부리며 짜증을 냈다. 혼내고 나무라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 주일예배를 방해하는 아들을 훈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 말 없이 화장실로 데려가 무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니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는지 예배를 잘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같은 행동을 반복해 또 데리고 나가 종아리를 때렸다. 평소 잘못을 인정하면 혼나지 않는 걸 알고 있는 아들은 잘못했다고 하며 이제 안 맞겠거니 했겠지만 나는 종아리를 두세 번 계속 때렸다. 다리에 착 달라붙어 엉엉 우는 아들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때 아들에게서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신앙생활 잘하겠다’ ‘기도도 더 잘하겠다’ ‘이웃도 더 사랑하고 전도하겠다고 작정해 놓고 정작 실천하지 않은 내 모습 말이다. 나부터 예배 시간에 온 마음 다해 예배드리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야 할 텐데…. 하나님께서 참아 주고 기다려 주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팠다.


여전히 예배 시간에 가만있지 못하는 아들을 데리고 나가 야단쳤다. 이번에는 아들이엄마 맴매! 맴매!” 한다. 혼난 분을 풀려는지 손으로 나를 찰싹찰싹 치기도 했다. ‘세 살 아이에게 무엇을 바란 것일까.’ 내가 아들보다 더한 사람이란 걸 순간 깨달았다. 담임목사님이 연약한 육체로기도하라고 애타게 당부하실 때 기도하겠다고 손은 번쩍 들었었지만 야근하거나 피곤하면 금세 오리발을 내미는 내 모습을 보며 목사님의 마음이 얼마나 미어지셨을까.


세 살배기 아이가 불순종해도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데, 주님의 십자가 피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 은혜를 다 아는 내가 내 영혼을 위한 당부에 불순종하니 주님과 목사님 마음은 썩어 문드러졌을 터다. 아이를 혼내는 나도 예배 시간에 늦기도 하고, 예배 중에 졸기도 하고, 예배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내 자녀를 다 큰 사람 대하듯 혼내고 때렸다. 사실 혼나고 맞아야 할 사람은 나인데,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6:4)” 하셨는데 내가 아이를 노엽게 했다.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청지기 사명을 가지고 잘 기르라고 자녀를 맡겨 주셨는데 그리하지 못함을 회개했다. 나부터 신앙생활 잘하고 기도해서 아이에게 그 좋은 모습이 흘러 들어가게 하고 하나님 아버지를 예배로 높여 드리고 기쁘시게 하는 우리 가족 되기를 기도한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비와 어미의 마음을 기억하며 전도하겠다. “주님의 사랑과 구령의 열정을 주세요. 주님 사랑합니다.”


 

/박소연 (74여전도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정책사업부 과장

 

 


위 글은 교회신문 <65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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