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3-02 15:54:41 ]
청년 시절 돌아보면 일도 신앙생활도 적당히
세월 흐르면 모든 게 나아지리라 착각
뜨겁게 살지 못한 지난날 반성하면서
오늘만 아니라 내일도 준비하면서 살 것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면 머릿속에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벌써 꺾어진 백 살. 정년도 머지않았네. 딸들 시집보낼 때까지는 뒷바라지해야 하는데…. 옆 아파트는 집값이 올랐다는데 왜 우리 아파트는…. 바쁘다지만 내일은 어머니께 안부 전화 잊지 말자. 한 주가 후다닥, 벌써 주일이 돌아왔네.’
통장의 무게는 가벼워 보이고, 신앙생활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할 뿐 성장이 보이지 않은 것 같아 하나님께 죄송한 맘을 갖고 뒤척거린다.
“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량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편90:10).
수고와 슬픔뿐이라는 인생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말씀이다. 살아가야 하고 살아 내야 하는 의무감의 무게가 청년 때보다 훨씬 크다. 돌이켜 보면, 청년 시절에는 적당히 게을렀고 다소 태평스러웠다. 적당히 벌어 적당히 먹고살자는 생각이었다. 월급쟁이 노릇만 잘하면 그럭저럭 편히 살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신앙생활도 적당히 교회 문턱만 왔다 갔다 하면 될 줄 알았다. 무엇보다 내게 남은 세월이 아주 많을 줄 알았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게 더 나아질 거라, 잘할 줄 착각한 것이다.
어느새 쉰 살이 됐다. 어느 정도 경제력도 갖추고, 믿음 생활도 잘하리라는 바람은 여태 이루지 못한 한낱 꿈이 됐다. 세상일이건 신앙생활이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고, 힘을 아끼고 미뤄 둔 채, ‘다음에 해야지’ 하다 결국에는 이루지 못한 것이다. 해가 갈수록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좀 더 가치 있게 살지 못한 지난날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건강을 챙길 나이야!’라는 걱정 섞인 당부를 많이 듣는다. 팔팔하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느끼는 오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뜨겁게 살지 못한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준비하면서 살고자 한다. 앞으로 이 땅에서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10년 후, 20년 후 다시 내 삶을 돌아볼 때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들기 전 주님께서 신령한 감동을 주신다.
‘세상이 주는 불완전한 평안을 버리고 천국 입성의 소망을 두고 이 땅에서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이루어라.’
/송호동 집사(23남전도회)
손해사정사
위 글은 교회신문 <66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