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3-17 15:24:36 ]
코로나 확산 이유로 일부 지자체에서 검토
실제로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심히 우려
자칫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 침해할 수도
급하다고 원칙과 절차 소홀히 해선 안 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교회 예배를 포함한 종교집회 개최 시 벌금을 부과한다는 공문을 각 종교단체에 보내거나 종교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일었다. 물론 이 조치가 실제로 집행되지는 않았다.
법조문만 보자면 이러한 행정명령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조치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와 제80조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를 금지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 자에게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치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기에, 반드시 합당한 요건이 갖춰졌을 때만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
이 조치가 나온 3월 초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급격히 늘던 때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라도 어떤 집단을 특정하여 그 집단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사람이 적게 모이지만 밀폐된 공간인 노래방, PC방, 카페나 식당에서도 높다. 실제로 코인노래방에서는 확진자가 다녀간 후 같은 장소를 이용한 다음 손님이 감염된 사례가 있다. PC방은 개학이 늦춰진 학생들이 몰려들어 코로나19의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난 적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나 공연장, 대규모의 클럽(유흥업소)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 위험 장소 중 지자체에서 ‘폐쇄’를 언급한 곳은 없다.
상업시설은 업주와 근로자들의 생계가 달려 있어 쉽게 폐쇄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예배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생계보다 중요한 신앙생활의 핵심이므로 쉽게 중단할 수 없는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예배를 비롯한 종교집회만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은 중립성을 상실한 불공정 조치로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예방은 사회 전체가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하고, 가급적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되 제한이 필요하다면 균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 주체의 소통과 합의가 선행해야 한다.
이런 신중한 고려 없이 너무도 쉽게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미래에 또 다른 이유로 종교의 자유가 쉽게 침해받을 수 있게 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나아가 종교의 자유를 손쉽게 제재하다 보면 또 다른 기본권도 손쉽게 제재할 수 있으므로 일반 사회구성원 입장에서 볼 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급하다고 절차와 원칙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이계룡 집사
3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6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