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아들 셋과 날마다 드리는 가정예배

등록날짜 [ 2020-04-04 11:06:04 ]


지난해 연말,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쳤다. 8세, 6세 두 아이와 아직 걸음마도 못 뗀 3세 막내까지 아들 셋 키우느라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하루는 바쁘기만 했다. 경제적 손실은 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떤 기회비용과도 바꿀 수 없는 신령한 가치였다.


집에서 아이 셋과 지내다 보니,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들 셋의 왕성한 에너지를 감당하면서 하루 세끼 식사를 차리고 먹이고 치우다 보면, 어느 틈에 해가 기운다.
그래도 신앙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계획을 세웠다. 오전 5시 반 기상, 곧바로 성경 말씀 읽기와 기도, 9시 아침 식사, 10시 반 아이들과 가정예배. 무턱대고 세운 계획이지만 아이들이 버거워하지 않아 나랑 넷이서 가정예배를 잘 드리고 기도하며 하루를 은혜롭게 보냈다.


2월부터는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으로 새벽예배를 드리게 됐다. 새벽예배를 집에서 드린 후, 담임목사님께서 기도를 인도하시는 음원을 귀에 꽂고 기도한다. 한 시간 정도 혼자 기도하고 나면 1인 부흥회를 한 듯 힘이 난다.


10시 반부터 점심 전까지 드려지는 가정예배는 <날마다 주님과 함께>의 그 날의 말씀을 필사하고 아이들이 말씀을 잘 이해하도록 그림이나 레고 블록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정예배를 함께 드리자 아이들의 생각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며칠 전 가정예배 본문은 “우리의 년 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90:10)였다. 기다란 선에 1~70세까지 10년 단위로 표시하고, 우리 가족의 나이도 표시를 했다. 영혼의 때를 위해 살아가는 우리의 육신의 때가 어디쯤인지 알려주었다.


예배를 마치자 큰아이가 책 한 권을 들고 왔다. 『사람의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인데, 어린이용 탈무드의 일종이었다. 사람을 갓난쟁이부터 노인까지 7단계로 나눠 설명해 놓았다. 1단계(1세- 임금님) 온가족이 소중히 돌보는 시기, 2단계(2세-돼지)는 먹기만 하는 시기, 3단계(10세-어린양) 마냥 즐겁게 뛰노는 순수한 시기, 4단계(18세-말) 미래를 위해 빨리 뛰어가는 시기, 5단계(결혼기-당나귀) 가정을 떠맡고 책임을 지고 가는 시기, 6단계(아저씨-개) 가족을 돌보고 밤낮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 마지막 7단계(늙은이-원숭이) 응석과 재주를 부려 보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결국 쓸쓸해지는 시기다. 어린 아들이 말했다. “엄마, 수고와 슬픔뿐인 육신의 때가 이런 거랑 같네요.” 아들은 인생이 이렇게 헛되니까 영혼의 때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표정으로 뿌듯하게 웃었다. 나 또한 그런 아들이 기특해서 웃었다.


코로나19로 꼼짝 못하는 요즘 마태복음 24장이 이루어지는 듯한 하루하루를 맞이한다.  “창세로부터 지금까지 이런 환난이 없었고 후에도 없으리라”(마24:21)고 했는데, 성경도 없어지고 말씀을 듣지도 못하는 그날이 온다면 지금 아이들과 함께 예배드린 이 말씀이 살아 운동력 있는 검(劍)처럼 우리를 믿음에서 지켜 주기를 고대한다.


/황옥경 집사
여전도회 특별활동실



위 글은 교회신문 <67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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