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0-06-06 10:51:12 ]
코로나19로 가정에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면서 실시간 예배 영상과 저녁기도회 실황을 송출하는 로고스박스를 설치했다. 그러면서 집에 텔레비전이 생겼다. 영상예배를 드린다고 하니 친정아버지가 가져다주신 것이다.
네 살배기 아들은 신이 났다. “바다탐험대 옥토넛 틀어 주세요” “미니특공대 틀어 주세요”라며 만화를 보고 싶다고 졸라 대서 나와 실랑이하기 일쑤였다. 나중에는 나도 슬그머니 요즘 영화나 드라마는 뭐가 있나 채널을 훑고 있었다. 은혜받겠다고 가져다 놓은 텔레비전인데…. ‘큰일이다’ 싶었지만 아버지가 서운해하실까 봐 돌려 드리는 것을 차일피일 미뤘다.
하루는 꿈을 꿨다. 남편, 아들과 함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파도가 점점 커지더니 쓰나미처럼 다가와 무서워서 도망쳤다. 무슨 꿈일까 생각하니 텔레비전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 바로 텔레비전을 부모님께 돌려 드렸다. 아들은 엉엉 울었지만 내 마음은 시원했다. ‘고작 텔레비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나와 하나님 사이에 틈이 생길 것을 염려해서 성령님께서 단번에 끊어 버릴 의지를 주신 것이다.
믿음의 행동을 하니, 우리나라 민담 속 삼 형제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느 날 훈장이 삼 형제에게 장래 희망을 묻자 맏이와 둘째는 각각 “정승이 되겠다” “장군이 되겠다”고 답했다. 훈장은 흐뭇해하며 막내에게도 물었다. 그런데 막내는 “장래 희망은 그만두고 지금 여기 개똥 세 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저보다 글 읽기를 싫어하는 맏형이 정승이 되겠다, 저보다 겁 많은 둘째 형이 장군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니 입에 개똥을 한 개씩 넣어 주고 싶고….” 막내가 말을 마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 개똥은 맏형과 둘째 형의 엉터리 말에 좋아라고 맞장구친 훈장의 몫이리라.
내 신앙생활도 말만 그럴듯한 것이 아닌지 돌아본다. 지난 5월 5일 유튜브 생방송 ‘연세가족 만남의 잔치’에서 담임목사님께서 성도들에게 “지금 죽으면 천국 갈 믿음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천국 갈 믿음은 지금도, 앞으로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예전같이 뼈에 사무치는 감사나 간절함이 없다. 반면 게으름과 육신의 생각이 가득하다. ‘이러면 안 되지’ 회개하고 결단했다면, 힘 주시는 성령을 의지해 행함을 보여야 한다.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기, 전심으로 기도하기, 순종하고 실천해 열매 맺는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 누가 “지금 죽으면 천국 갈 수 있습니까?” 물어볼 때 “네! 그렇습니다. 주님이 흘리신 십자가의 피와 은혜로 천국 갈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주님이 인정할 만큼 열심히 살기 원한다.
/박소연 (중등부 교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정책사업부 과장
위 글은 교회신문 <67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