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핑계할 수 없는 신앙생활

등록날짜 [ 2021-03-09 11:50:16 ]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명동은 최근까지 내국인에게나 외국인에게 중요한 명소 중 하나였다. 낮이든 밤이든 걷기도 힘들 만큼 사람으로 북적거리던 이 거리의 명성이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몇 주 전 방문한 명동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이 흐를 정도로 고요했다. 빈 상점의 유리창에는 ‘임대’라고 쓴 종이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과 방문객 수가 급격히 줄어 명동의 활기찬 분위기도 예전 일이 된 것이다. 기껏해야 몇 개월 유행하다 말겠지 생각했던 코로나19 사태가 벌써 1년을 넘어섰고, 지금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여서 우리 삶에 심각한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가장 큰 문제는 구직을 아예 단념한 ‘비경제활동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비경제활동 인구란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거나 일할 능력이 아예 없는 사람을 말한다. 비경제활동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 노동시장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경제성장을 저해해 문제다.


코로나19 때문에 발생한 사회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코로나를 핑계 삼아 차갑게 식어 가는 우리의 영적 문제다. 코로나 기간에 많은 이의 믿음이 느슨해져 신앙생활을 할 의사가 식어 버린 ‘비신앙활동 인구’, 즉 신앙생활의 실업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신앙활동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하늘나라 확장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될 수 있다.


나 자신도 지난 1년 동안 영적생활을 소홀히 하거나 단념한 비신앙활동 인구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데 마음 쏟기보다 세월을 흘려보내고, 내 영적 상태에 문제가 있는데도 기도해 해결받으려고 하기보다 이 모든 것을 코로나19 탓으로 돌리며 합리화한 것 같다.


명동 경제의 어려움이 방문객의 급격한 감소 탓인 것처럼, 내 영적생활의 퇴보는 주님이 주의 사자를 통해 공급해 주시는 생명의 말씀을 나태와 게으름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기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적생활 할 에너지가 바닥나다 보니 충성하지 못하고 이웃들을 돌아보지 못하고, 같은 남전도회 동료들에게 심방전화 한번 해 주지 못했다.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깊이 알지 못하니 그들을 위한 중보기도도 뜨겁게 하지 못한 것이다.


마태복음 25장 14~30절의 달란트 비유에서 착하고 충성된 종은 주인에게 칭찬을 받았으나 악하고 게으른 자는 주인에게 책망을 받고 가지고 있던 것마저 빼앗긴 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어쫓겼다.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나태하고 게으른 영적생활의 실업자로 계속 살아간다면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결산의 때, 얼마나 많은 영적인 열매를 남겼는지 평가할 때 과연 어느 자리에 있겠는가. 심히 두려운 일이다.



/손호동 집사
21남전도회
손해사정사



위 글은 교회신문 <68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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