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1-03-16 16:36:22 ]
지난 삼일절 이른 아침, 어느 때보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교회로 출발했다. 저녁까지 비 소식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역시나 아침부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궂은 날씨 탓에 연세가족들이 ‘헌혈나눔행사’에 동참하는 데 어렵지는 않을까 염려했으나 기우였다. 막상 교회에 도착해 보니 아침 일찍부터 헌혈할 준비가 마련됐고 벌써 많은 성도가 대기 장소에 와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진행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다소 길어졌으나 충성자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헌혈을 마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평소 피가 부족해 곤란에 처한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교회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도 감사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헌혈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청년회 임원단에서 충성할 거리를 맡겨 주셔서 내 헌혈을 마친 후에도 연세가족들이 헌혈하는 것을 도울 수 있었다. 휴일인데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22:39)는 주님 말씀에 순종해 이렇게 헌혈에 동참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헌혈 가능 기준에 미치지 못해 헌혈에 참여하지 못한 성도들의 모습이었다. 한 집사님께서는 혈관이 얇아 헌혈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자신은 꼭 헌혈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발걸음을 돌리는 성도님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순종하는 그 중심만은 주님이 기쁘게 받으셨으리라 믿는다.
헌혈 일정을 마친 후 한마음혈액원에서 나온 직원분에게 감사 인사를 들었다. “어제까지도 피가 부족해 심각한 응급환자가 아니면 수술이 금지되는 단계까지 갈 뻔했다”며 “혈액이 정말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연세중앙교회 성도들이 참여한 헌혈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아침부터 헌혈에 참여하고 안내하며 몸은 피곤했지만, 그 말씀을 들으니 피가 필요한 중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담임목사님께서도 연세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내 주셨다. “여러분의 헌혈이 예수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회의 사역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피가 없어 죽어 가는 목숨 살리는 큰일 하셨음에 감사해요.” 목사님의 문자를 받고 다시 한번 헌혈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피를 십자가에서 흘려 우리 죗값을 대신 치르고 구원해 주신 예수님처럼, 부족하지만 우리의 피를 전해 귀한 목숨을 구하는 것 또한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이 아닐까. 그렇기에 담임목사님께서 그토록 간절하게 헌혈을 강조하셨던 것 같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일4:11).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독생자의 피를 십자가에서 흘리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것이다. 이번 헌혈을 통해 나와 우리 연세가족들을 사용해 주신 주님께 감사를 올려 드린다.
/임현재
풍성한청년회 임원단
노사발전재단 근무
위 글은 교회신문 <69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