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등록날짜 [ 2021-06-30 15:06:40 ]

로마 감옥에 갇힌 바울은 디모데에게 “네가 올 때에 마가를 데리고 오라”고 편지를 썼습니다(딤후4:11). 마가라는 인물은 바나바의 생질(조카)이었습니다. 바울과 바나바가 함께 간 1차 전도여행에 동행했으나 밤빌리아에서 힘이 든다고 중도 하차했습니다. 바울과 바나바는 마가 때문에 심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2차 전도여행을 시작하려고 할 때 마가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전도여행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이 일로 바울과 바나바는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마가를 데리고 가지 말자는 바울과 데리고 가자는 바나바는 심각하게 대립했고 마침내 두 사람은 갈라서게 되었습니다. 결국 바울은 실라를 데리고 전도여행을 떠났고,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전도여행을 떠났습니다.


바나바는 바울의 후견인입니다. 사람들이 바울의 회심을 의심하고서 첩자로 취급할 때 바나바는 예루살렘교회에 바울을 천거했습니다. 또 바울이 낙심해 고향 다소에 내려가 있을 때 안디옥교회에 불러다가 동역하게 했던 사람도 바나바였습니다. 1차 전도여행을 시작할 때도 바나바가 다 주선해 준 것입니다. 그런데 마가의 일로 마가와만 갈라진 것이 아니라 갈라서지 말아야 하는 바나바와도 등지고 말았습니다. 바울에게 마가의 일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나바와 동행한 마가는 훌륭한 전도인이 되었고, 나중에는 베드로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베드로전서에서 베드로는 마가를 가리켜 “내 아들 마가”라고 표현했습니다(벧전5:13). 마가는 베드로 사도에게 예수님의 행적을 구전으로 전해 받아 최초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생애 마지막에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순교했습니다.


디모데후서에서 바울이 마가를 데려오라고 한 것은 미움과 원망,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서운함과 아픈 기억 등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정리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과거에는 전도라는 큰 사명 앞에서 일만 보느라 사람을 놓쳤는데, 이제 와서 보니 전도는 결국 일이 아니라 사람을 구하는 것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허물을 감추려 하지 않고 마가를 가슴으로 껴안고 허물을 풀고 싶은 심정이었기에 마가를 데리고 오라고 한 것입니다.


우리 역시 바울처럼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사람과 사이를 정리해야 합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에게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라고, 혹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 것이 기억나면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 말을 하지 못한 채 평생 마음의 짐을 지고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인생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때 후회가 없어야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마음의 응어리를 품고 살지 말아야 합니다. 그 응어리가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향하기 전에 나를 향하기 때문입니다. 주님 가르쳐 주신 기도에도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용서하지 않으면 우리 죄도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모두 용서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오태영 안수집사

교회복지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70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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