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하면 다른 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내 몸도 건강해진다는 말을 듣고 헌혈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생명 나눔 헌혈에 동참했다. 3개월마다 꾸준히 헌혈을 했고, 주위에 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이들이 생기면 헌혈증을 전했다. 나로 인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2006년, 전역한 기념으로 친구와 함께 헌혈을 하러 갔다. 헌혈하기 전에는 헌혈을 해도 괜찮은지, 내 피가 다른 이에게 수혈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간단한 검사를 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간호사에게 헌혈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헌혈을 하기에는 간 수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입대 전 헌혈할 때 간 수치가 조금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헌혈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복무 기간에 높아진 간 수치로는 헌혈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후 병원에서 몇 차례 치료를 받았으나 간 수치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아쉽지만 앞으로는 헌혈을 못 하겠다’며 헌혈하는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그러다 지난 6월 우리 교회에서 ‘연세가족 생명 나눔 캠페인’으로 헌혈을 한다고 했다. 청년 시절 헌혈을 꾸준히 했고, 담임목사님의 애타는 권면에도 순종하고 싶어 ‘검사라도 받아 보자’며 헌혈하기로 마음먹었다. 헌혈할 수 없다고 진단받은 지도 15년이 지났고, 간 수치가 정상은 아니어도 전보다는 낮아졌으리라 생각하며 교회로 향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내심 마음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헌혈 버스에 올라 피검사를 했고, 감사하게도 검사 결과는 헌혈할 수 있다는 것! 기쁜 마음으로 오랜만에 헌혈을 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내 간 수치가 높아진 까닭은 술과 담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젊은 날 무지한 탓에 해로운 것들을 가까이하면서 내 몸을 상하게 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 죄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 회개했고, 이후로는 술과 담배를 모두 끊고 믿음 안에서 살고 있다.

만약 내가 주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또래 중에도 중병을 앓는 이가 많은데 어쩌면 생명을 주는 자가 아니라 오히려 받는 자가 됐을지도…. 하나님께서는 죄 아래 살면서 멸망으로 향해 가던 나를 남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바꿔 주셨다. 건강한 피를 다른 이에게 전해 생명을 나눌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어린아이가 백혈병에 걸려 급하게 수혈을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가지고 있던 헌혈증을 바로 보내 주었다. 그러면서도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님을 더 일찍 만나 죄짓고 살지 않았다면 더 많은 헌혈증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헌혈을 할 때나 헌혈증을 기부할 때마다 기도한다. 내 피를 수혈받는 이들이 생명을 얻게 하시고 그들이 예수 믿고 천국 가게 해 달라고 말이다.

오는 10월 9일 헌혈 캠페인에도 꼭 참여하려고 한다. 지난 6월 검진 당시 간 수치가 조금 높아 건강보조식품도 꾸준히 챙겨 먹고 하루에 만 보 이상 걸으려고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남은 기간 연세가족들도 건강을 잘 챙겨 생명 나눔 행사에 꼭 참여하기를 바란다.

/문성진 집사

(3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71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