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예수께 받은 사랑 ‘헌혈’로

등록날짜 [ 2021-10-05 14:22:38 ]

2년째 말기 암을 앓으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 가던 어머니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낮이든 밤이든 고통스러워 신음하는 어머니를 위해 가족 모두 눈물로 기도하곤 했다.


증세가 점점 악화하던 지난해 12월, 어머니는 담즙관 시술을 받으셨다. 담즙이 나오는 길이 막혀 황달 수치가 높았고, 황달이 이어지다 보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서둘러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담즙을 몸 밖으로 빼내곤 했다.


문제는 담즙을 빼낼 때마다 빈혈 수치가 심하게 떨어지는 것이었다. 정상인 사람이 12 정도라면 어머니의 수치는 1이나 2 정도…. 낮은 빈혈 수치 탓에 피를 계속 수혈받아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여파로 병원에 보유 혈액량이 부족한 상태인 데다 어머니는 수혈받기도 어려운 혈액형…. 피가 부족해 생사를 오가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했다.


지난 3월에 진행된 제1회 ‘생명 나눔 헌혈 캠페인’을 앞두고, 감사하게도 연세가족들이 자기 피를 기쁨으로 전해 주어 어머니는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해 갈 수 있었다. 큰언니가 속한 청년회나 각 부서로 긴급 상황을 알리자마자 혈액을 전해 주겠다는 연락이 쇄도했다. 많은 연세가족들이 수혈받을 사람을 어머니로 정해 ‘지정헌혈’을 해 주었고, 어머니와 같은 혈액형이 무척 드문데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피를 전달받았다. 한 연로한 연세가족은 철분 수치가 낮아 헌혈하지 못했으나, “꼭 헌혈하고 싶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그 마음만이라도 얼마나 감사한지.


정말 주님 사랑이 아니라면 어떻게 자기 가족처럼 섬겨 줄 수 있었을까. 그렇게 어머니는 두 달 가까이 연세가족들에게 사랑과 생명을 받으시다 주님 나라에 평안히 가셨다. 당장 수혈받을 피가 없으면 생을 마감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 성도들의 사랑으로 생명을 연장받아 영혼의 때를 준비할 시간을 더 얻으셨고, 육체적 고통과 영적 싸움이 치열했으나 더는 눈물도 아픔도 없는 천국에 가신 것이다. 가족 모두 어머니를 먼저 보낸 슬픔도 있으나 연세가족에게 사랑받은 것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할렐루야.


오는 10월 9일에도 ‘생명 나눔’ 헌혈 행사가 우리 교회에서 진행된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단체 헌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명 나눔 캠페인을 통해 수많은 성도가 헌혈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나 또한 연세가족들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지난 6월 헌혈하려고 했으나 출산 후 몸조리를 하느라 참여하지 못했다. 출산하고 6개월이 지나야 헌혈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이번 10월 헌혈 행사에는 꼭 동참하려고 음식도 잘 먹으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양쪽 팔을 다 하고 싶은 심정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피 흘리심으로 우리가 구원받았듯이 주님께 받은 사랑을 헌혈로 표현하면 어떨까. 연세가족들이 생명 살리는 일에 동참해 이를 계기 삼아 예수 복음도 전해지기를 기도한다. 다른 생명을 살리는 헌혈에 주님 명하신 이웃 사랑으로 적극 참여해 주기를 기도한다.



/강소망

(86-1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718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